테러 사망자 137명으로 늘어
미 경고에 “공개적 공갈” 일축
“우크라 전쟁·선전전에 올인”
佛·폴란드도 보안 강화에 나서

각국 국방 분석가들은 2024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이 5연임에 승리한 지 불과 5일 만에 발생한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사건‘에 대해 러시아 전시 체제의 안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사진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연장 총격 테러 현장 사진은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EPA, 연합뉴스)
각국 국방 분석가들은 2024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이 5연임에 승리한 지 불과 5일 만에 발생한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사건‘에 대해 러시아 전시 체제의 안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사진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연장 총격 테러 현장 사진은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EPA,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러시아 대형 테러 참사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과의 대결에 매몰돼 내치를 망치고 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각국 국방 분석가들은 2024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이 5연임에 승리한 지 불과 5일 만에 발생한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사건에 대해 러시아 전시 체제의 안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기존에 과시해온 안보 역량이 한번에 무너진 사실을 넘어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부를 구조적 문제까지도 보인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방 분석가들인 전직 미국 보안 관리들 및 러시아 엘리트들은 이번 테러 공격이 푸틴 대통령의 전시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6월 국방부 고위 관리들의 축출을 목표로 그의 바그너 용병들을 이끌고 잠깐의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분명히 드러났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프리고진의 반란 때처럼 정권은 그런 중대한 상황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록 프리고진이 봉기를 포기했지만 허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나서 이번 주말 행사에서와 같이 푸틴 대통령은 마침내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그러면서 “어려운 순간에, 푸틴 대통령은 항상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크로커스시티 공격을 불과 사흘 앞두고 테러 임박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경고를 “공개적인 공갈”이며 “우리 사회를 겁먹고 불안정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외신은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권력 장악으로 사실상 테러에 대한 책임에 대해 아무도 그에게 이의를 제기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사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을 상시로 감시하는 ‘빅브라더 국가’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감시망은 반체제 운동이나 우크라이나의 간첩 활동에 집중되고 있어 테러 위협은 뒷순위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그들의 보안 및 정보기관에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그러한 상황을 다시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상황을 바꾸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소 137명의 민간인이 숨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사건으로 기소된 용의자 4명이 모스크바 법정에 출두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타지키스탄 시민인 달레르존 미르조예프와 사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로 명명된 두 사람 모두 테러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IS의 통신사인 아마크가 공개한 영상에는 무장괴한들이 회관 로비에서 희생자를 쫓는 모습과 사거리에서 총을 쏘아 수십명이 사망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달아났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테러 단체가 단독으로 행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려는 데에는 전쟁의 명분을 보강하고, 공안정국을 강화하는 데 이용할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로커스시티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가 IS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테러범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모스크바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IS가 유럽 영토에 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자 2004년 베슬란 포위 공격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다. 러시아에서 벌어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로 전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인근 국가들은 보안을 강화하며 경계 태세를 끌어올렸다. 폴란드를 비롯해서 러시아와 대표적인 우방 국가인 세르비아는 이번 모스크바 테러 이후 자국 공공장소의 보안을 강화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도 모스크바 총격 사건 이후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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