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민들이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꽃을 놓고 있다. (출처: 뉴시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민들이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꽃을 놓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에서 20년 만에 최악의 테러가 발생하면서 사망자만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상태가 위중한 부상자들이 많아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에 대한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나 증거가 확실치 않아 테러 주체 등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은 상황이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를 벌인 용의자들이 하루 만에 전부 체포됐다고 발표했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23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성명을 통해 공격에 직접 관여한 테러리스트 4명을 포함해 11명을 모두 구금했다고 밝혔다. FSB는 “테러 공범을 파악하고 공격의 모든 정황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테러 공격이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한 무기는 사전에 은닉처에 보관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연루된 혐의로 구금된 한 남성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자신을 1998년생으로 밝힌 샴숫딘 파리둔은 메시지앱 텔레그램에서 만난 지시자가 총격을 감행할 시 50만 루블(약 730만원)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의 절반이 자신의 카드로 이체됐고 나머지 절반은 범행 후 받을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지시의 내용은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임무였다고 샴숫딘은 주장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쿠스 시청 인근 고속도로 전광판에 "우리는 2024.03.22를 애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쿠스 시청 인근 고속도로 전광판에 "우리는 2024.03.22를 애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러시아 애도 물결

22일 오후 5시경(현지시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심각한 공격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금요일 밤 베테랑 밴드인 피크닉의 록 콘서트를 위해 약 6200명이 관객이 모여있는 가운데서였다.

온라인에 게시된 한 동영상에는 남성 여러명이 중앙 홀을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관객에게 총격을 가한 후 다시 무장을 하고 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질려 뛰어가거나 좌석 뒤로 몸을 숨겼다. 일부는 지하실로, 또는 옥상으로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러의 생존자인 아나스타냐 로디오노바는 23일 로이터통신에 “그들(테러범)은 조용히 걸어가면서 체계적으로 모든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있었다”며 “소리가 울려 퍼져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인 비탈리는 발코니에서 공격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이 폭발물을 던졌고 모든 것이 불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폭발물에 의한 방화로 건물의 약 3분의 1이 불에 탔다.

23일 공연장 밖에는 임시 추모비가 설치돼 모스크바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꽃을 놨다. 부상자를 위해 헌혈하려는 시민들의 줄도 이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으며 러시아 전역에서 주말 행사가 취소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대량 학살이라고 부르며 즉각 보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끔찍한 비극에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하던 미국과 프랑스, 폴란드 등 서방을 포함한 전 세계 지도자들도 이번 테러 공격에 대해 애도와 규탄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에서는 21세기 들어 이어진 크고 작은 테러의 악몽이 끝나지 않고 있다. 2004년 북코카서스 도시 베슬란의 초등학교에도 체첸 분리주의 반군이 어린이와 학부모를 인질로 잡은 가운데 러시아군과 충돌하며 3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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