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 연체율 일제히 상승
몇천원 이자도 못내는 서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햇살론’ 상품의 연체율이 일제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빚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은 17일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보다 5.8%p 급등한 수치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2022년 15.5% 등 상승세를 보여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일제히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율은 9.4%로 전년(4.8%)의 약 2배로 높아졌다. 근로자햇살론도 2022년 10.4%에서 지난해 12.1%로 오름세를 보였다.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율은 1년 만에 7.3%p(1.1%→8.4%)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해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저신용 저소득자 중 상환 능력이 건재했던 대출자들도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급격히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11.7%이었다. 지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목적으로 작년 3월 도입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매달 이자만 갚은 뒤 원금은 만기에 한 번에 상환한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은 것은 매달 몇천원의 이자도 밀릴 정도로 취약계층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로 집계됐다.

양 의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의 평균 대출금리가 17%대에 달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대부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서민금융 금리 설계 대책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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