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 23%가 다중채무
1인 평균 1억 3천만원 빌려
평균 연체율 4년 만에 최고
취약차주 비중 3년 만에 최대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돈을 빌릴 곳도 없고 갚을 길도 막막한 한계 대출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들은 450만명에 달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빚 돌려막기’가 한계에 달해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해 연체하는 비율도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12일 “한국은행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448만명) 대비 2만명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다중채무자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말한다.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만큼 한은·금융당국의 집중 감시·관리 대상이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1983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22.7%)도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다중채무자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 1천억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 2625만원)은 직전 분기(572조 4천억원, 1억 2785만원)보다 4조 3천억원, 160만원 줄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추가 대출을 통한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러 지표상 이들의 상환 능력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1.5%로 추산됐다.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DSR은 58.4%로 집계됐다. 소득의 약 60%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태인 셈이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상당수 다중채무자의 형편이 한계(70%)의 문턱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다중채무자의 26.2%(118만명)는 DSR이 70%를 넘었고, 14.2%(64만명)는 100%를 웃돌았다. 아예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체 가계대출자로 대상을 넓히면,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명(14.0%, 70∼100% 117만명+100% 이상 162만명)에 달했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차주’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분기(6.4%)보다 0.1%p 늘어 비중이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로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명)의 DSR이 70% 이상이었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 4천억원)를 차지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 차주,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차주의 DSR이 오르면서 소비 임계 수준을 상회하는 고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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