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 지원(PA) 간호사 역할의 제도화를 추진하자 의사협회 등에서 “불법 의료 행위 양성화”라며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수술 보조 등을 해온 PA 간호사는 위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었지만, ‘의료 파업’을 계기로 합법적 역할을 규정해 현재 의료 공백을 메우면서 장기적으로 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PA 간호사들이 채혈·삽관 등 더 많은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주로 전공의들이 해오던 89개 의료 행위를 허용했다. 가장 숙련도가 높은 전문간호사는 중환자 기관 삽관·발관, 전담간호사는 응급환자 심폐소생술·약물 투여 등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일시적으로 전공의 업무를 떠맡는 것이 아니라 간호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 수요의 변화와 간호사들의 전문성 향상에 따라 PA를 비롯해 간호사들의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간호사들이 요구했던 간호법에 반대하면서 의료법의 전면 혁신을 통해 간호사들의 업무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사 집단행동을 계기로 PA 간호사 업무 범위와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해 합법성과 의료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합리적 조치로 보인다.

보건의료기본법은 ‘새 의료제도를 실행하기 위한 시범사업 실시’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간호사의 의료업무 수행 범위는 의료기관장이 내부위원회나 간호부서장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의사들이 무리한 업무 위임이나 불법을 조장하지 않는다면 범법 행위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대한의사협회는 PA 간호사 제도화에 대해 “자격도 갖추지 못한 진료 보조(PA) 간호사의 불법 의료 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 현장은 저질 의료가 판치는 것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의협의 이런 주장은 PA간호사제 합법화로 기득권이 깨질 것을 우려한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현재도 PA간호사는 교수 지시를 받아 수술실 보조, 처치 처방 등 부분적으로 의료 행위를 수행 중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의료 현장은 오래전부터 의사 수가 부족해 간호사들에게 떠넘겨 왔고 이제 관행이 되었다”며 의협의 비판을 반박했다.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행위를 간호사들에게 종용한 의사들은 정부가 합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PA 간호사제에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의사들은 필요할 때는 불가피하다고 하더니, 불리할 때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기득권 사수 투쟁에 몰입하는 의사들을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숭고한 책임의식을 갖고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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