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駐)호주 대사에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발되면서 두 달 전 출국 금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올해 초 이 전 장관과 함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출국 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작년 폭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했다가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법리 검토를 다시 하라며 회수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작년 9월 공수처에 고발됐다. 대통령실 지시를 받았다는 간접 증언들이 나올 정도로 그는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현재 그 ‘윗선’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의 공관장 발탁은 흔치 않다. 김장수 전 장관의 주중 대사 임명처럼 전례가 없지 않지만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호주와의 국방,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인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출금까지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가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동의)까지 받은 상태여서 외교와 수사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출국하기 전에 조사하거나, 출국 이후 필요한 시점에 이 전 장관을 귀국시켜 조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조사 일정 조율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국방의무를 다하다 숨진 병사와 관련된 진실 규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실을 밝히려면 이 전 장관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단장만 재판을 받고 있는 현실은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향후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사 부임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수처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