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임에도 출국금지 해제
아직 구체적 출국 일정은 미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3.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국금지 조처를 해제한 가운데 언제쯤 대사 내정지인 호주로 출국할지 관심을 모은다. 야당은 정부를 상대로 “대통령이 피의자를 빼돌린다”며 비판 공세를 늘리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의 구체적 부임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내정자는 그대로 국내에 머무는 중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인 8일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거친 결과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해 해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돼 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이 내정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전격 출석해 조사받았다.

당시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 내정자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갑작스럽게 이뤄진 출석 조사라는 점에서 출국금지 해제 명분을 위한 조사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뒤따랐다.

[서울=뉴시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부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03.05
[서울=뉴시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부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03.05

이를 의식한 듯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은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리고 다음날 법무부는 속전속결로 이 내정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 내정자는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해 7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종섭 장관은 재가했으나, 이튿날 돌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발표를 취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장관의 재가까지 받은 사안이 뒤집혔다는 점에서 그보다 더 윗선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뻔뻔함이 놀랍다”며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이 자신에게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 대변인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외치던 법치를 제 손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는 사법 질서쯤 망가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나”며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라는 국민 명령을 거부하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도 모자라 공수처 수사까지 방해하다니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대표는 전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한다면 녹색정의당은 그 즉시 박성재 법무부장관 및 관계자들에 대해 직권남용에 대한 형사고발 등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녹색정의당 김수영 선임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 내정자의 수사 협조 의지를 알린 공수처를 향해서도 “피의자의 선의에 기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며 “이미 태평양을 건너간 피의자라면 온라인 원격 수사라도 하겠다는 거냐”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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