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수행·일정을 담당하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공천했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인 서동용 의원(초선)은 컷오프됐다.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권 전 비서관은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대통령 후보 직속 기구인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 여사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당 일각에선 “김 여사와의 인연까지 고려해 사천(私薦)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 전 비서관은 4년 전 같은 지역에서 경선에 나섰지만 서동용 의원에게 패한 바 있다. 이번에도 양측 모두 공천을 신청해 경선 재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서동용 컷오프, 권향엽 단수 공천’ 결정을 내렸다. 권씨가 공천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KBS 광주방송이 실시한 해당 지역구 민주당 총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서 의원이 40%, 권 전 비서관이 14%를 기록, 서 의원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 서 의원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지지율 격차에다 의원평가 ‘하위 20%’에도 들지 않은 점 등을 보면 권 후보의 전략 공천에 이의를 제기할 만도 하다.

서 의원은 “돈봉투 같은 비리 수사 재판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며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던 ‘여성전략특구’라는 것을 들고나와 일방적으로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시스템 공천인가”라며 재심을 신청했다.

이어 “권 전 비서관이 대선 때 김혜경씨 수행비서를 했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게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조차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혜경씨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청 법인카드 불법사용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김혜경씨가 사적인 영역의 보좌를 받은 것도 수사 중이다. 김혜경씨의 위법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수행·일정 등을 담당하면서 인연을 맺은 권 전 비서관의 공략 공천은 김씨의 개인적인 문제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여당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도 모자라 이제는 당 대표 부인 사법 리스크까지 대비하는 것이냐”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의 공천 폭주가 어디까지 갈지 민심은 냉정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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