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총장들 행태에 분노”
증원 신청 반발 삭발 투쟁

전공의 집단이탈이 2주째 이어진 4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이 2주째 이어진 4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과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등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사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배대환 충북대학원 심장내과 교수는 전날 ‘사직의 변’이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렸다.

배 교수는 “정부의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의대 2000명 증원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독 빠진 항아리에 물 좀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정책에 불과하며 혼합진료 금지는 말 그대로 의료 이용을 더 늘리고 의료민영화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필수의료 멸망 패키지의 총아임에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과 대학 총장들의 의대 증원 결정에도 분노를 표했다.

배 교수는 “인턴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나간다는데 사직을 막겠다고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보건복지부 행태나 교육자의 양심이라고는 없는 총장들의 생각 없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라며 “그러나 이런 의사들의 면허를 정지한다고 하는 복지부 발표와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했다.

충북대병원 측은 “해당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수리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충북대는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을 기존 49명에서 201명 늘어난 250명으로 교육부에 신청했다.

충북대학교병원은 전날 기준 151명의 전공의 가운데 3명만 정상 출근했다. 나머지 35명의 인턴은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고, 113명의 레지던트가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앞서 윤우성 경북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도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오래전 번아웃도 됐고 더 힘만 빠진다”고 토로했다. 윤 교수는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5일 모교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에 반발해 삭발을 감행했다. 강원대는 전날 교육부에 49명인 정원을 140명으로 늘리는 신청서를 냈다. (출처: 뉴시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5일 모교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에 반발해 삭발을 감행했다. 강원대는 전날 교육부에 49명인 정원을 140명으로 늘리는 신청서를 냈다. (출처: 뉴시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모교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에 반발해 삭발을 감행했다. 강원대는 전날 교육부에 49명인 정원을 140명으로 늘리는 신청서를 냈다.

이승준 강원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지난 11월 진행한 수요조사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을 교육부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뜻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학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삭발식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