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시하고 우려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인구감소가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출산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출산의 수가 감소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출산의 전제가 혼인이라고 할 때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새 혼인 건수가 40% 줄어들었다고 한다. 2023년 우리나라 잠정 혼인 건수는 19만 3673건인데, 10년 전인 2013년에는 32만 2807건이었으니 무려 40%가 감소한 것이다.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혼인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원인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들고 있다. 이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하여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혼에 부담을 느끼거나 부정적인 국민은 첫 번째 이유로 결혼자금의 부족을 들고 있고, 그다음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을 들고 있다. 그리고 출산과 양육의 부담이나 행동과 삶의 자유 등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이를 보면 결혼에 있어서 걸림돌이 주거와 양육 등 경제적인 문제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사림들이 삶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도 있다.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출생아 수의 감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면 인구는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혼인 건수가 32만 6104건에서 2023년 19만 3673건으로 줄었고, 출생아 수도 2010년 47만 171명에서 2023년 약 23만명으로 감소하였다. 10년 남짓 사이에 출생아 수가 50%로 감소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빠르게 감소한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혼인 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사회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 많은 사람이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달리 유달리 경쟁에 올인하는 우리 사회의 특별함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나은 삶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경쟁사회에서 가족을 이루게 되는 혼인은 경쟁을 극복하고 이겨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삶의 목표를 잘사는 것에만 둔다면, 사람의 존재 이유와 삶의 가치가 무의미해진다. 사람을 인간이라고 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 삶의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고 무리를 이루고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인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사람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무리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최소 단위가 가족이다. 가족은 인간이 만든 공동체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다. 헌법은 명문으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혼인을 통하여 가족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헌법은 혼인과 가족에 대한 권리를 명문화하여 보호하고 있다.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동체를 말한다. 법적으로 가족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혼인을 통하여 남녀가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은 인간의 존재 의미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법적이든 사실적이든 남녀가 혼인하여 가정을 만들고 출산을 통하여 가족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혼인이 출산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혼인 건수가 줄어들면 출산 건수도 당연히 감소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인구감소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의 대책은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의 미봉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에는 혼인과 출산율의 감소, 이에 대한 원인으로 집값, 육아와 교육 비용, 남녀 갈등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는 가족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상실된 것이 무엇보다도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 다른 나라의 예를 보아도 경제적 이유가 인구감소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돈에 매몰되어 가족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 가족의 의미를 다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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