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은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이렇게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는 공동체의 흥망성쇠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는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서로 힘을 합해야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는 수시로 충돌과 다툼이 발생한다. 그래서 공동체에는 규범이 필요하다.

규범이란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행위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도덕과 윤리, 종교와 관습 등이 규범이었다. 그러나 국가공동체가 만들어지면서 법이 규범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물론 현대의 법이란 규범은 과거 도덕과 윤리, 종교와 관습 등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법 외에도 도덕과 윤리, 종교와 관습 등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도덕과 윤리는 법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인간이 만든 공동체이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은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국가는 법을 통하여 질서가 구축되고 유지된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면서 책임이기도 하다. 국민은 독립된 인격의 주체로서 개인이란 법적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권리의 보유자이지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은 개인으로서 또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이다.

질서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날 국가공동체는 법이란 수단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법에 대하여 우리가 지키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에는 강제력이 있어서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지게 되고 제재를 받는다. 그렇지만 누구나 법을 준수하고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는 구성원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교육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사는 공동체에서는 공과 사를 구분한다. 개인에 의하여 형성된 영역은 사적 영역이지만, 공동체 영역에서 형성된 것은 공적 영역이다. 그래서 개인에 의하여 형성된 영역을 제외하고는 공적 영역이다. 이렇게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전자는 공익을 추구하지만, 후자는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보면 사익도 모이면 공익이 되기도 한다.

인간사회는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발전하기 때문에 공과 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으면 국가의 질서는 무너지게 된다. 국가작용에서 사익을 추구하게 되면 구성원 전체를 위한 공익이 침해받게 된다. 국가 법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행위에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무수행에서 사익을 추구하면 공익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공무원의 비리·부패로 인하여 과거 많은 문제를 경험하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역대 정권은 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을 강화하였고, 부패방지위원회, 청렴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설치뿐만 아니라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률들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공공분야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공직분야 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사건이 많다. 최근 발생한 축구 국가대표선수들 간의 분쟁도 알고 보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여 발생한 것이다. 국가대표는 공적인 신분인데, 이를 단지 축구선수라는 개인의 직업처럼 생각하였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것이다. 이는 국가대표로서 부여된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식이 없어서 발생한 사건이다.

질서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질서가 없으면 사회는 무너지게 된다. 국가에서 질서는 법이란 규범을 통하여 유지된다. 물론 오늘날에도 도덕과 윤리 등은 질서유지를 위하여 중요한 역할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만이 강제력을 갖고 있고, 법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런데 법의 내용에 따라 사회윤리나 공중도덕을 위반하여도 법적 책임은 질 수 있다. 한 국가의 발전 여부는 국민의 준법의식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은 유치원부터 교통질서를 지키는 교육을 받게 한다. 이렇게 국가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하여 준법의식을 함양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통하여 공과 사를 구분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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