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의대 증원 문제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하자 전공의를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집단행동이 시작되었다. 그 후 대한의사협회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일로에 있다.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담당하는 전문자격사인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은 다양한 감염병의 발생으로 인한 국민 보건 보장,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의료서비스 확대, 경제와 사회발전으로 인한 다양한 성인병의 발생 증가 등 의료수요가 급증함에도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부족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의사 부족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대 증원을 계속하여 추진하였다.

의대 입학정원의 확대는 2020년에 구체적으로 추진되었지만, 당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등 거센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의대 증원 계획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의사들의 반대가 거세었기 때문이고, 의료공백을 우려한 정부는 계획만 세우고 제대로 추진하지도 못하고 철회하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은 도외시되고 오로지 뗏법으로 의대 증원 계획을 무산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회 각 분야에서는 실질적 필요성과 무관하게 다수의 힘이나 주장으로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에 대하여 반대하여 관철하는 행태가 만연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국가와 사회발전을 후퇴시키고 개혁의 동력을 잃게 만든다. 우리는 다수의 국가에서 빈번하게 또는 일상화되는 집회나 시위 또는 집단행동이 공동체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사회분열을 가져온 것을 보았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집회와 시위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집단이 모여서 하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무리 집회와 시위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하여도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제한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자신의 주장만 옳은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견해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의사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책임지는 전문 직종에 속하는 직업이다. 의사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대에 입학하여 법정 기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가 실시하는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취득해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전문의가 되려면 추가되는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렇게 의사는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을 가진 전문자격사이다.

의사는 국가가 부여하는 전문자격사로서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다. 국가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전문자격을 취득해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분야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는 국민보건에도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는 전문자격사이다. 그런 이유로 의사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하여도 다른 일반 직업보다도 전문자격사로서 책임과 의무가 크다.

의사라는 직업에 진입하려면 의료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 의료법에 따라 주어진 요건이 충족되어야 의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서 의사는 의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의료법은 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의료인의 수급 계획을 국가가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의료법에 따라 우수한 의료인의 확보와 적절한 공급을 위하여 국가의 의료 발전계획과 연계하여 기본시책을 수립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사 공급은 국가의 책무이고, 의대 증원은 국가 대국민 의료서비스 등을 위하여 국민의 건강과 보건 등 의료실태를 파악하여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런데 의협이 의대 증원에 대하여 무조건 반대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 독일, 일본 같은 국가들도 의사 수의 확대는 의료수요에 따라 정부가 결정했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없었다.

의사도 직업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지만, 전문직은 공익의 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직업의 이해관계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한 의사의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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