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 9200명(7.7%) 감소했다. 작년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작년 0.72명으로 이 역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뿐이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이 0.8명대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2년만에 0.78명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0.68명으로 더 떨어져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국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12만 2800명 자연감소했다. 사망자는 4년 만에 줄었지만 출생아 수가 너무 빠르게 감소했다. 1980년대 만해도 국내 인구는 한해 60만명씩 늘기도 했지만, 자연증가 폭이 계속 줄더니 2020년에 결국 감소로 돌아섰다. 정부 추계에 근거하면 2022년 5167만명인 총인구는 2072년 3622만명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그간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과 인구의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저출산 대책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최근 부영그룹이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파격적인 장려금을 주기도 했지만 장려금만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출산 문제는 노동 시장이나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교육·국방·의료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저출산 원인은 이미 드러나 있다. 청년들의 취업과 내 집 마련 문제, 자녀 보육과 사교육 부담 문제 등으로 결혼을 기피하거나 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만연하다. 결혼, 출산, 육아에 관한 부정적 생각을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일자리와 양육, 주거, 사교육 문제 등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보다 실효적이고 획기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에서도 성과를 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세를 반전시킬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저출산 대책이 힘을 받으려면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 영역의 결단도 필요하다. 정부와 여야 등 정치권은 거국적인 협력으로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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