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전년 대비 1.9만명↓
합계출산율 0.72명 또 최저
출산율 OECD 절반 못미쳐
출산나이 1년 전보다 0.1세↑
분기 출산율 첫 ‘0.6명대’ 추락
작년 12월 출생아 전월 최저치
사망자 수 4년 만에 감소 전환
내년 합계출산율 0.65명대 전망

육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육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작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아이 울음소리는 더 줄어들면서 인구는 4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 사태에 대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건수가 늘어난 만큼 향후 출산율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여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하는 등 출산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28일 ‘2023년 인구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을 통해 지난해 출생아 수가 23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24만 9200명) 대비 1만 9200명(7.7%) 줄어든 규모로 역대 최저치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 6200명으로 40만명을 웃돌았으나 2017년 35만 7800명, 2018년 32만 6800명, 2019년 30만 2700명, 2020년 27만 2300명, 2021년 26만 600명, 2022년 24만 9200명 등으로 점차 감소해왔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전년보다 0.4명 감소한 4.5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다.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며 역대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을 정점으로 8년째 감소하고 있다. 2021·2022년 각각 0.03명이었던 하락 폭도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커지는 등 하락 속도도 빨라졌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 쪽에서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중위 기준으로 0.68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도별 합계출산율은 충북(1.7%)과 전남(0.3%)을 제외한 15개 시도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광주로 전년 대비 16.4% 감소했다. 뒤를 이어 세종(-13.2%), 제주(-9.9%), 경기도(-8.7%) 등도 큰 낙폭을 보였다. 특히 세종은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 1.12명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1명 이하(0.97명)로 떨어졌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가 됐다. 한국의 한계 출산율은 2021년 기준으로 OECD 평균(1.58명)의 절반 수준이다.

아이를 낳는 여성의 나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출산한 여성의 연령은 33.6세로 전년 대비 0.1세 상승했다. OECD 평균인 29.7세보다 4세가량 늦은 나이다.

이에 따라 첫째아 평균 출산 연령은 33.0세, 둘째아는 34.4세, 셋째아는 35.6세로 전년보다 0.1~0.2세 높아졌다. 지난해 첫째아는 13만 8300명으로 전년보다 4.6% 감소했다. 둘째아는 7만 4400명, 셋째아 이상은 1만 7300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1.4%, 14.5% 줄었다.

작년 4분기 출생아 수는 5만 2618명으로 전년 대비 3905명(6.9%) 줄었다.

작년 12월 출생아 수는 1만 6253명으로 1년 전(1만 6896명)보다 643명, 전월(1만 7531명) 대비 1278명 감소했다.

이는 1981년 월간 통계 작성 이후 모든 월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했다. 사상 첫 0.6명대 분기 출산율이다.

통계청은 “최근 3년 중 지난해 합계출산율 감소 폭이 컸다”며 “코로나19 당시 혼인 건수가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작년 사망자는 35만 27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 200명(5.4%) 감소했다. 사망자는 코로나19로 재작년 사망자가 워낙 많았던 데 따른 역기저효과로 4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연간 사망자는 2014년 26만 7700명, 2016년 28만 800명, 2018년 29만 8800명, 2020년 30만 4900명, 2022년 37만 2900명 등이었다.

연령별로는 남자와 여자 모두 80대에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80대 남자 사망자 수는 6만 3500명, 80대 여자는 6만 9600명이었다. 뒤를 이어 70대(남자 4만 5500명, 여자 2만 4600명), 60대(남자 4만 5500명, 여자 2만 4600명), 50대(남자 1만 8000명, 여자 7200명), 40대(남자 7000명, 여자 3800명), 30대(남자 2800명, 여자 1500명), 20대(남자 1700명, 여자 900명), 10대(남녀 각 400명) 등 순이었다.

여자 대비 남자 사망률은 1.2배를 기록해 남자 사망자 수가 더 많았다. 특히 60대의 사망률 성비가 2.7배로 가장 높았다. 남성의 사망률이 높았던 것은 흡연, 다른 원인 등에 따라 암으로 인한 사망이 굉장히 컸던 데 영향을 받았다.

월별 사망자 수 비중은 1월이 9.3%로 가장 높았고, 12월(9.2%), 6월(7.6%) 등이 뒤를 이었다. 사망자 수 비중이 가장 낮은 달은 6월(7.6%), 2·4월(7.8%) 등으로 집계됐다.

인구 1천명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조사망률은 전년보다 0.4명 줄어든 6.9명이었다.

사망자가 4년 만에 감소했지만 출생아 수도 급락하면서 작년에도 우리나라 인구는 자연감소했다.

한국 인구는 2020년(-3만 2600명)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한 이후 작년까지 4년째 자연감소가 이어졌다.

다만 자연담소 폭은 사망자 축소의 영향으로 전년(-12만 3800명) 대비 1천명 작아졌다.

시도별로 지난해 세종만 전국에서 홀로 1200명 인구가 자연증가했다.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출생아 수(2800명)가 사망자 수(1600명)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증가 폭은 2019년 2600명에서 2022년 1500명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300명 더 감소했다.

통계청은 앞으로 50년간 우리나라 인구가 3600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2022년 5167만명인 총인구는 2041년 4천만명대로 떨어졌다가 2072년 3622만명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장 중립적인 중위 시나리오에서 지난해 0.72명에서 올해 0.68명, 내년 0.65명까지 내려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비관적인 저위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0.59명으로 0.6명마저 무너진 뒤 반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건수가 증가한 점을 향후 출산율이 개선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딩크족 증가 등 출산 기피 현상으로 이마저도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 건수 증가가 출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어서 합계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면서도 “혼인을 한 뒤 출산을 안 하는 경향이 늘고 있어서 혼인 건수가 출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과거보다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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