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환자 병원 찾다 심정지
이송 지연 등 ‘의료공백’ 심화
29일까지 복귀하면 정상 참작
“3월부터 면허정지 절차 진행”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구급대가 위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구급대가 위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일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되는 등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대전에선 80대 심정지 환자가 119구급차 이송 도중 숨져 진료 공백에 따른 응급실 ‘전화 뺑뺑이’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9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전공의 복귀를 재차 호소했다. 3월부턴 집단행동에 대해 사법절차를 밟겠다고 정부가 최후통첩한 셈이다.

대전에서 주말새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오 의식 장애를 겪던 A(80대)씨가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할 수 있는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한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의 사유로 총 7곳의 병원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도 현재까지 이송 지연 건수는 42건이 발생했다.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시도로 이송됐다.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2시간가량이다. 지난 21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결국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언제든 이송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의료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29일까지 복귀한다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을 참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3월로 들어서면 면허정지와 수사·기소 등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 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29일까지 말미를 준 것은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앞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에 불응할 경우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이 ‘29일’인 것은 병원 내 전문의 중 가장 젊은 전임의들의 계약 시점이 이달 말까지인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현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빈자리는 전임의와 교수들이 메워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고 있다.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이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의료현장을 떠나겠다는 목소리는 내고 있어 우려가 크다.

내달부터 전임의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대거 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대란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23일 저녁 기준 소속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 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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