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각종 루머에 환자들 불안감 확산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 여파가 커지고 있다. 주말 응급실 운영은 축소, 수술 일정도 대폭 감소했다. 남은 의사들의 누적 피로가 커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원의 회원이 다수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5일 전국 시·도 의사회의 장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를 진행한 후 가두행진을 벌이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맞서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수술과 진료 일정을 계속 축소하고 있다. 심지어 세브란스 병원은 수술 일정을 50%나 줄였다. 암 환자의 수술이나 항암치료까지 연기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뇌출혈 수술도 중환자실이나 마취과 지원 여부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수용 가능하다고 공지했고, 성인 위장관 응급내시경이나 담낭담관질환 분야는 신규 환자를 아예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심근경색 재관류중재술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부분적으로만 응급 시술이 가능한 상태다. 안과 응급수술도 외래 접수가 가능한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 첫 주에 수술을 30∼40% 축소했으나, 이제 40∼50% 조정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주말에는 응급수술 외에 예정된 수술이 없어 큰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수술의 45∼50%를 줄이기로 했고, 서울성모병원은 진료과별 상황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대형병원의 특정 질환 병동이 폐쇄됐다거나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 집단행동으로 전국적으로의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25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반인들에게 진료를 개방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비상 의료체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 집단행동으로 전국적으로의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25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반인들에게 진료를 개방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비상 의료체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강경 태세는 당분간 집단행동과 시위 등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 및 가두 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약 400명이 참가한 가두행진은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이뤄졌고, 이들은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날 의협은 가두행진에 앞서 전국 시·도 의사회의 장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를 진행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 집회에서 “의료 전문가로서 향후 닥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명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놈의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내달 3일에도 2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앞둔 ‘신규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고 있다. 사직서를 내고 이탈한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신규 인턴마저 임용을 포기하고 나서면서 집단행동이 확산일로를 걷는 형국이다.

지난 23일 기준 전남대병원은 다음달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 중 86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고, 제주대병원은 입사 예정인 인턴 22명 중 19명, 부산대병원은 50여명, 경상대병원은 37명 제출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신규 인턴 32명 전원, 단국대병원은 36명 중 32명이 임용을 포기한다고 전했다. 충남대병원에서도 신규 인턴 60명 전원이, 건양대병원에서도 30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전북대병원도 인턴 57명 중 상당수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은 아직은 공식화할 수 없는 단계라며 확인을 꺼리고 있지만, 전국 의대 졸업생들의 분위기를 봤을 때 이들 병원에도 인턴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7863명이다. 전체 전공의 중 69.4%에 해당하는 숫자다. 복지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의 24시간 운영상황을 점검·관리하고 있으며, 97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린 상태다. 진료 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업무개시(복귀)명령 후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집단행동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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