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들, 재임용포기서 제출해
병원 운영 비상사태 우려 커져
서울대병원 인턴도 임용 거부
의협비대위 “끝까지 저항할 것”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촉발된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및 사직 등 현장이탈이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촉발된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및 사직 등 현장이탈이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전임의 또는 교수 등이 채우고 있으나 일부 병원에서 이들마저 이탈할 기류를 보이고 있고 의대 졸업생들 또한 인턴 임용을 포기해 의료대란이 악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사단체 대표자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이 시작된 이후 병원에서 진행되는 수술과 진료 일정을 절반까지 줄였다. 특히 전임의와 교수 등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처하는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일정을 45∼50%로 줄였고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수술 일정을 평소 대비 절반으로 축소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일정 조정에 나섰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진료과별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이미 가시화된 의료공백 속에서 병원들은 최대한 전임의를 활용해 진료 기능을 유지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병원에선 전임의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병원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선대병원의 경우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의 14명 가운데 12명이 재임용포기서를 제출하고 3월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병원 인턴들도 전공의 단체행동에 동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첫 출근을 약속한 인턴들이 무더기로 임용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근로계약이 끝나는 기존 인턴 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검·경 협의회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전국 일선 검찰청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사법처리 등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 집단행동으로 전국적으로의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25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반인들에게 진료를 개방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비상 의료체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 집단행동으로 전국적으로의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25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반인들에게 진료를 개방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비상 의료체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표자 확대회의를 개최해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전국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을 즉각 중단하라”며 “의학 교육을 부실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의료비를 폭증시키고 미래세대에 이로 인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정책 원점 재논의라는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14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주실 것이라 믿는다”면서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비견될 정도로 비상시국이며 의료계 전체가 똘똘 뭉쳐야 할 때”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박성민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들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라며 “정부는 우리를 범죄자 취급 말고 의료 정책을 논의하는 파트너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정부는 2천명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하는데, 정부가 의사들의 말을 듣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대화를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회의 후 비대위를 포함한 200여명(경찰 추산)은 의협 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집회 중 발언에서 “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고 대화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잘못된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의협은 내달 3일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 신고된 인원은 2만명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