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0.

[천지일보=강수경, 유영선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학생들의 집단사직‧휴학 등 강경 태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배이자 스승인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의사단체 간 중재자 역할에 나서는 분위기다. 의협의 대표성 논란이 화두가 되면서 대학병원과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협의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 가장 먼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와 만나 신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25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대화 준비하는 의대교수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호소문’에서 “지난 금요일 저녁 차관님과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저는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며칠 내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중증 의료를 전담하는 대형병원은 급속히 마비 상태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먼저 국민 여러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너무 걱정하실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전공의들을 도발하는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전공의들에 과도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각종 발언을 자제하고, 전공의에 대한 각종 명령이나 행정행위 또한 법적 절차를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국의 의대 교수와 국립대 교수에게는 “학생과 전공의들 상당수가 현장을 떠났지만, 그들 또한 저희가 보호해야 할 제자들”이라며 “제자들이 부당한 조치를 당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법적 시스템을 만들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의대 정원 조정 및 대학병원 중심일 수밖에 없는 필수의료 체계 유지와 관련한 제반 사항들을 정부가 저희 교수들과 함께 협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정기적으로 만나 앞으로 할 일을 점검하고 결과를 발표해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고, 학생과 전공의도 다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본격적인 협의는 4월 총선 이후에 시작하고 지금은 협의 주체 및 협의 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하더라도 이 사태의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강경 반발 전공의·의대생들

전공의들의 강경 태세는 당분간 집단행동과 시위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 및 가두 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약 400명이 참가한 가두행진은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이뤄졌고, 이들은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날 의협은 가두행진에 앞서 전국 시·도 의사회의 장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를 진행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 집회에서 “의료 전문가로서 향후 닥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명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놈의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내달 3일에도 2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앞둔 ‘신규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고 있다. 사직서를 내고 이탈한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신규 인턴마저 임용을 포기하고 나서면서 집단행동이 확산일로를 걷는 형국이다.

지난 23일 기준 전남대병원은 다음달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 중 86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고, 제주대병원은 입사 예정인 인턴 22명 중 19명, 부산대병원은 50여명, 경상대병원은 37명 제출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신규 인턴 32명 전원, 단국대병원은 36명 중 32명이 임용을 포기한다고 전했다. 충남대병원에서도 신규 인턴 60명 전원이, 건양대병원에서도 30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전북대병원도 인턴 57명 중 상당수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은 아직은 공식화할 수 없는 단계라며 확인을 꺼리고 있지만, 전국 의대 졸업생들의 분위기를 봤을 때 이들 병원에도 인턴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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