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봤다는 환자 사례 속속 나와
“국민 생명 담보로 파업” 규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0.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의료대란’이 본격화한 가운데 피해를 봤다는 환자들의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선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단체행동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병원 현장은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일례로 전날 천지일보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최모(70, 남, 경남 창녕)씨는 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를 앞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의사들이 자기들 이익만 너무 앞세우는 게 못마땅하다”면서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해서 지금 파업한다는 것은 진짜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의사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망연자실해했다.

◆박단 비대위원장 재선임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하던 세브란스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박단 전공의협의회장은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재선임됐다.

대전협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 회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재선임하고 비대위 구성도 마쳤다. 대전협은 지난 13일 박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들 (가운을) 입고 회의하기로 했다”면서 “이 사안이 1년 이상도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은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병원들의 전공의 대표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박재일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김유영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김태근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 등이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사직해 직장이 없는 의료인들에게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강제 근로를 교사하고 있다”며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55%(6415명) 사직서 제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1시 주요 수련병원 100곳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1630명(25%)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세브란스 병원은 전체 전공의 612명 중 600여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 이외에도 전국 주요 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수술 취소와 연기가 속출했다.

또한 정부가 1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지 이탈자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이미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831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한 셈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