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최근 읽은 브라질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연금술사가 주인공에게 이전 두 번의 약탈을 당한 것을 근거로 추가적인 시련을 예언하면서 전한 말이다. 스포츠에선 다른 어느 분야보다 이 말이 실감 난다.

김우민에 이어 황선우까지 금빛 역영을 펼치면서 한국 수영은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단일 대회 최고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까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는 박태환 한 명 뿐이었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과 2011년 상하이 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멜버른에서는 자유형 200m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한국 수영은 황선우의 등장으로 10년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황선우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아시아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47초56), 자유형 200m 한국기록과 세계주니어기록(1분44초62)을 갈아치웠다. 황선우는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고, 자유형 100m에서 5위, 200m에서 7위를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 사냥을 시작했다. 황선우는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자유형 2위(1분44초47), 2023년 후쿠오카 대회에서 3위(1분44초42)에 오르며 한국 수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황선우는 이번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며 세계선수권대회 금·은·동메달을 모두 따낸 것도 황선우가 최초이다.

김우민은 이번 대회 경영 종목 첫 금메달이 걸린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2초71로 우승했다.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단일 세계선수권 최초로 금메달 2개를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은 17일 열릴 남자 계영 800m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황선우와 김우민이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면 우승이 가능하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미국, 영국, 호주 등 전통의 강호가 계영 종목에 주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메달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코엘류의 소설처럼 한국 수영은 박태환 이후 멀어졌던 세계 수영에서 황선우, 김우민이 동시에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앞으로 한국 스포츠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한국엘리트 스포츠는 양궁, 남녀 골프를 통해 1세대가 세계 정상을 밟은 뒤 이후 유망주들이 뒤를 이어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세계 강호로 자리잡았다. 양궁은 1970년대 후반 김진호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을 처음으로 제패한 뒤 1984년 LA올림픽부터 현재까지 단연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골프에선 1990년대 후반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한국여자골프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해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했다. 한국여자골프는 박세리 이후 신지애, 박인비, 고진영 등이 세계 랭킹 1위를 오랫동안 군림하며 세계 골프의 중심을 이끌었다.

코엘류는 소설 ‘연금술사’에서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세상의 만물은 서로 다르게 표현돼 있지만 실은 오직 하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배우지만 끝내 ‘자아의 신화’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한국 수영이 앞으로 희망을 갖고 올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새로운 신화를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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