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이른 새벽 이강인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생애 첫 도움으로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에 8강행 티켓을 안겨주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강인과 음바페가 결승골을 합작해 역전을 노리던 레알 소시에다드에 2-1로 승리했고, 1·2차전 합계로도 4-1 완승을 거둬 3시즌 만에 이 대회 8강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26일 AC밀란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UCL 데뷔골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이 대회 데뷔 도움을 기록했다.

이강인의 소식에 반가우면서도 다소 꺼림직한 생각이 들었다. 올 초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충돌해 팬들을 크게 실망시킨, 이른바 ‘탁구게이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이 사건 이후 소속팀에서 처음으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이강인 사건은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여러 의견으로 축구계는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사건 여파로 클린스만 감독이 잔여 임기가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강인 사건의 논란은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강인의 사과가 진심이었는지, 세 번째는 앞으로 이강인의 축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이다. 아시안컵 사건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강인에게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21세의 어린 나이인 이강인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일부 축구팬들이 ‘선수 생명’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팬들의 과도한 비난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강인이 대선배인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둘렀는지 여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강인은 아시안컵이 끝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토트넘)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이강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손흥민과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축구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사과 후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듯 음바페 등 PSG 소속팀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 UCL 생애 첫 도움 소식을 전한 것은 그가 이제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사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성숙한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국가대표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많이 배우고 성장해 앞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대부분 축구팬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강인은 더욱 되새겨야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한 번 실수를 딛고 다시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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