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는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잡지였다. 스포츠 삽화나 사진이 많다는 잡지 이름처럼 화려한 비주얼이 압권이었다.

오랫동안 스포츠 저널리즘의 유서 깊은 바이블로 잡은 것은 심도있는 기사와 사진 때문이었다. 올 칼러 사진으로 잡지를 채워 뜨끈뜨끈한 스포츠 현장을 잘 보여줬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역사는 시사 주간지 타임을 창간한 헨리 루스(1898~1967)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루스는 타임지와 비슷하게 스포츠를 주간지처럼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고, 1954년 8월 16일 마침내 본격적인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창간호를 만들었다.

한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3백만명의 구독자와 매주 2300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잡지는 스포츠 관련 기사, 사진, 인터뷰, 통계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며,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대학 스포츠와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매년 출간되는 수영복 특집 기사는 유명했다.

또한 매년 ‘스포츠맨 오브 더 이어’와 ‘스포츠우먼 오브 더 이어’ 같은 올해의 우수한 스포츠 선수들을 선정하는 기획도 했다. 그동안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다양한 매체 형식에서 제공되며, 종이 잡지뿐만 아니라 디지털 형태로도 접할 수 있었다. 스포츠에 대한 광범위한 커버리지와 풍부한 내용으로 스포츠 팬들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잡지도 종이 잡지의 쇠퇴를 피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인쇄 잡지를 없애고, 비용 절감을 위해 주간 간행물을 월간지로 전환하고 직원을 감축하면서 수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의 죽음을 알리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기자와 편집자는 줌 통화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잡지 최고 비즈니스 혁신 책임자인 제이 프랭클은 “상황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브랜드와 온라인 콘텐츠를 계속 제작할 것”이라며 “일부 직원은 즉시 해고되고 다른 직원은 최소 90일 동안 직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 조치는 복잡한 경영 구조하에서 잡지와 웹사이트를 발행하는 아레나 그룹이 출판물 운영 허가를 취소한 후에 나왔다. 정리해고 발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분노와 좌절, 혼란이 뒤섞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기자들은 서로 문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잡지의 궁극적인 운명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발표로 유서 깊은 잡지의 앞날에 깊은 어둠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인기있는 칼럼을 썼던 스포츠라이터 릭 라일리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는 현존하는 최고의 잡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최고의 사진작가, 작가, 편집자들이 한 건물에 모여 있었다”며 “만약 정말로 죽는다면 크게 아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저널리즘도 내리막길을 걷는다. 국내서는 1980~90년대 최고 전성기를 보냈던 스포츠 신문 등이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영향으로 폐간됐거나 크게 위축됐다. TV 스포츠 매체도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영향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혼돈을 보면서 앞으로 스포츠 저널리즘이 어떤 형태로 바뀔지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화려한 편집으로 독자들의 스포츠 욕구를 충족시켰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을 대신할 매체가 과연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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