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오탁번(1943~2023)

설날 차례 지내고

음복 한 잔 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내 볼 물들이며 떠오른다

 

설날 아침

막내 손 시릴까 봐

아득한 저승의 숨결로

벙어리장갑을 뜨고 계신

 

나의 어머니

 

[시평]

엊그제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이 지나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초하루인 설날과 한식(寒食), 그리고 단오(端午), 추석을 큰 명절로 삼았다. 그래서 이날들에 선조님께 제사를 올리는 날이었다. 객지에 가 있던 가족들이 이날은 각기 집으로 모여들어, 제를 올리고 가족 간의 우의를 다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설날과 추석에만 선조께 제를 올리는 것으로 축소가 되었고, 그래서 설날과 추석은 귀성객으로 도로란 도로 모두 자동차가 행렬을 이룬다.

우리가 말하는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다. 옛날부터 우리는 음력을 써 왔고, 이 음력으로 된 명절에 제사를 올렸기 때문에 이 음력설이 우리 고유의 설로 된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양력설을 쇠어야 한다고 국가에서 날을 지정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지금은 음력설을 쇠는 것으로 나라의 방침을 정하였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도리이다. 그러므로 음력설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설날 차례(茶禮)를 올리고 음복(飮福)을 한다. 설날이나 추석날 차례는 여느 제사와 다르게 아침에 올린다. 차례가 끝나면 아침상이 나오고, 조상님께 올린 술과 음식을 먹는다. 이를 우리는 음복이라고 한다. 음복을 하므로 조상의 음덕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또 음복을 통해 가족 간의 화합을 높이기 위함이다.

차례를 올리며, 돌아가신 어머님께 술을 올리면서, 어머니 생각을 한다.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가 그리워, 문득 얼굴이 붉어진다. 더구나 음복으로 술도 한잔했고, 아련히 그리운 어머니 생각을 한다. 하늘나라에서 이 막내아들 손 시릴까 해서 따듯한 벙어리장갑을 뜨고 계실 어머니. 아, 아, 어머니는 언제 어디에서나 자식 생각, 자식 걱정을 하신다. 어머니.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