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 388

서안나

죽음을 밟지 않고 제주에 착륙할 수 없다

 

제주국제공항 비행장은

4.3 때 최대 학살터

2007년 388구의 주검이 발굴되었다

 

역사의 평탄화 작업이 끝난 제주공항

학살의 무늬를 따라 달려가는 활주로

주검이 먼저 이륙한다

 

죽음을 껴안지 않고는 제주를 떠날 수 없다

 

[시평]

1947년에서 1954년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남로당과 토벌대의 무력 충돌 및 진압 과정 등에서 수많은 제주 주민이 죽임을 당하였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1947년 3월 1일 삼일절 기념식에 좌익 세력이 시위를 계획한다는 첩보와 함께 이를 진압하려고 출동한 경찰이 탄 말에 어린아이가 밟혀 죽는다는, 참혹한 사건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1948년 4월 3일 무장 봉기한 남로당과 시위대의 진압 과정, 그리고 한국전쟁 후의 토벌작전에 의하여 3만 여 명이라는, 많은 수의 도민이 학살당한 비극적 사건이다. 

제주국제공항은 1942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하여 처음 건설되었다. 해방 이후 1949년 국내항공기가 운행이 되다가, 한국전쟁의 여파로 한동안 취항이 중단되었었다. 이후 1955년 항공노선이 부활하고, 1968년 제주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승격되었다. 2007년 4.3 사건 이후 40년 만에 제주 다랑쉬굴에서 굉장히 많은 유해가 발견되었고, 특히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옆에서 유해 388구를 발굴하였다. 공항 활주로 작업을 위해 평탄화 작업을 하듯, 이 비극적 사건은 묻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제주국제항공은 역사의 평탄화 작업으로 생겨난 공항인지도 모른다. 제주의 아픔, 민족의 아픔을 밟으며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며 이착륙을 한다. 그래서 ‘시인은 주검이 먼저 이륙한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죽음을 껴안지 않고는 제주를 떠날 수 없다’라고 4.3 사건의 비극을 처연히 노래한다. 좌우라는 이념적 대립에 의한 비극이다. 죽음을 강요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이념’은 이 세상 어디에고 있을 수 없고, 또 있어서도 안 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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