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개봉 이후 11일만인 12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32만 9947명을 기록하며 올해 다큐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앞서 최고 기록은 지난달 10일 개봉한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 ‘길위에 김대중’(12만 2768명, 12일 현재)이었다. ‘건국전쟁’은 흥행 열기에 힘입어 상영관도 개봉 때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개봉 당일 전국 132곳이었으나 점점 확대되면서 현재 전국 301곳에서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6일부터는 미국 CGV 2곳에서 상영된다. 이는 ‘건국전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건국전쟁’은 일반 상업 영화와 달리 홍보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 입소문의 힘으로 일군 흥행 성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향후 상영관 유지나 확대를 좌우하는 수치 중 하나인 좌석판매율(전체 좌석 중 실관객 비율)이 51.1%(12일 현재)에 달해 흥행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스오피스 10위 내 다른 영화 좌석판매율은 대부분 20%대인 것과 비교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건국전쟁’ 관객 후기에는 호평이 많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도 9.77점(10점 만점)으로 높다. “내가 그동안 학교와 영화에서 배운 건 쓰레기였다” “전 국민이 봐야 할 영화입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해 너무 모르고 무관심했던 것이 죄송했습니다. 대한민국 선물 이승만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는 평이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그동안 좌파 지식인이나 정치인 등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 전 대통령은 평생 독립과 건국을 위해 애쓴 자유민주주의 수호자였지만 좌우 분열과 남북 분단으로 인해 업적은 왜곡되거나 망각됐다.

국내에서는 “4.19혁명을 부른 부정선거 원흉이자 독재자”로 치부됐고, 북한에선 “미 제국주의 앞잡이”로 조롱받았다. 그를 비난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을 천명한 이 전 대통령의 ‘정읍 선언’이 민족을 반쪽 내서라도 권좌를 차지하려는 노욕의 발로였다고 매도하기도 했다.

‘건국전쟁’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그간의 오해를 걷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은 각종 역사적 사료에 근거한 팩트들을 제시했다. 영화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9년 6월 미군 철수를 “남침 초대장”이라며 결사반대한 데 이어, 6.25 전쟁 와중에 반공 포로 석방 카드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끌어낸 치밀한 외교력을 보여준다.

전쟁 초기 무초 주한 미 대사가 해외 도피를 권유하자 권총까지 꺼내 들고 물리친 이 전 대통령과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황이 불리해지자 가족을 만주로 도피시킨 김일성의 형태도 대비시킨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에 비유한 미국 참전용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해방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 수립에 이어 6.25 남침을 물리친 것은 이 대통령 덕분이기 때문이다. 한때 좌파 측에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주장했다.

‘건국전쟁’은 이 말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대부분 영화가 끝난 뒤 박수를 쳤다. 대한민국을 지킨 거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건국전쟁’을 계기로 현대사 왜곡을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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