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병원에는 특이한 현상이 목격된다. 중년 여성들은 줄지어 입원을 하고, 남성 환자들은 줄지어 퇴원한다.

여성 환자들은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속내를 들어보면 명절 음식 장만과 찾아오는 손님들 뒤치다꺼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어디가 아파서 입원해야 하는 몸 상태는 합리적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피할 통로인 셈이다.

언제부터인가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무슨 병명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명절에 주부 혼자 독박 가사노동을 하다보니 온몸에 각종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쓰였던 말이 장시간 운전하는 남성, 불편한 말을 감내한 청장년, 장시간 놀이로 일상이 무너진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몇 년 전 통계를 보면 명절이 지나고 나면 10% 이상 이혼율이 는다. 이를 볼 때 명절증후군은 심각한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럴 바에야 명절에 그냥 가족 여행을 가는 게 사회적 비용이 덜 들고 효율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을 퇴치하는 방법으로 스트레칭과 휴식 등을 권장한다. 하지만 명절증후군을 가장 많이 겪는 주부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감사와 위로의 말일 것이다.

만약 남편이나 가족들이 명절 되기 전 준비 과정에 장을 봐주거나 간단한 청소 등 집안일을 적극 도와준다면, 어차피 준비하는 명절이 그다지 스트레스만은 아닐 것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 것처럼, 도와줄 상황이 안 된다면 미안함과 고마움을 적극 표현만해도 충돌을 막고,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60대 이상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이 하지 않던 집안일을 하면 그 또한 스트레스로 여기며 손도 못 대게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기다려주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부터 도움을 받으면 스트레스도 줄고, 집안의 분위기도 좀 더 화목해질 것이다. 남성뿐 아니라 가부장적 환경에 익숙해진 여성들의 변화도 필요한 셈이다.

최근 성균관에서 음식 9가지만 장만해도 되는 명절 차례상을 제시한 것처럼 먹지 않는 음식을 잔뜩 차리던 관습에서 탈피해 간소하면서도 먹을 음식들을 장만하도록 가족이 합의를 본다면 명절증후군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들은 명절이면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이동하는 한국인의 풍습을 매우 특별하고 아름답게 바라본다. 그들의 시각이 아니더라도 막상 만나면 반가운 것이 가족이다. 반갑고 즐거운 명절을 위해 보이지 않게 애쓴 손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문화도 일상이 된다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도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