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 모습.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 모습.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고물가‧고금리 속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20‧30세대.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노량진에서 수험서와 씨름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험가에서는 연휴를 반납한 수험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장시간 앉아있기 편한 옷차림에 가방을 멘 수험생들이 바쁘게 거리를 오갔다. 명절 음식 대신 컵밥 한 그릇으로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독서실과 스터디카페에는 한 좌석 간격으로 각종 수험서가 쌓여있었다.

최근 공무원 직업 선호도가 낮아지며 이전만큼의 열기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노량진 일대는 ‘공시의 메카’임을 실감케 했다. 수험생들은 다음 달 줄줄이 예정된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설 연휴에도 책을 집어 들었다.

출입국 관리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김모(27, 여, 서울 양천구)씨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한 뒤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학원에 들어가고 있었다. 김씨는 “설 연휴 나흘 동안 공부를 쉬엄쉬엄하다 보면 원래 텐션(긴장감)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 설에도 계속 공부했다”며 “집에서도 가족들이 ‘설 연휴에 노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때문에 시험이 3월로 앞당겨져서 사람들이 많이 빠진 느낌”이라면서도 “여전히 경쟁력이 세고 난도 높은 시험이라 붙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공무원학원 자습실에서 공무원 준비생들이 시험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공무원학원 자습실에서 공무원 준비생들이 시험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갈수록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졸업 유예를 신청하고 노량진으로 향한 대학생들도 있었다. 전기전자과 4학년인 송모(26, 남)씨는 전기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러 지난달 노량진에 입성했다고 한다. 송씨는 “올해 말쯤 가야 취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집안에 돈을 빌려야 하는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오늘, 내일도 쉬지 않고 공부할 예정”이라며 “취업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군 전역 후 소방공무원 특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남진(가명, 27, 남)씨는 “TO가 너무 많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무조정실 소관 청년 관련 재단법인 ‘청년재단’이 리서치 전문업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6일부터 14일간 전국 19~39세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2023 청년정책‧이슈 톺아보기’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가장 중요했던 청년 이슈는 ‘사회진출 지연 청년 증가’(25.1%)가 꼽혔다. ‘청년 주거 불안’(24.9%), ‘청년 부채 증가’(23.0%)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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