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0일된 딸을 죽인 엄마, 주가폭락으로 아내와 자녀를 죽이고 자살을 시도한 가장 등 비속살해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여아를 출산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우체국 택배로 친정어머니에게 배송하는 엽기적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자녀살해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존속살해와 달리 이 같은 비속살해에 대해 경찰엔 공식 집계조차 없다고 한다.

비속살해 대부분이 영아살해일 거라는 추정과 달리 올해 초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의 정성국 박사가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피해자녀의 42%는 10세 이상으로, 영아살해가 아닌 경우가 절반 가까이나 돼 충격을 더한다. 또 지난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발생한 비속살해 사건은 모두 230건으로, 매년 30~40건 가량의 비속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부장적 사회분위기 때문에 비속살해는 존속살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 가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가 자식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살인을 ‘동반자살’로 미화하는 것도 가부장적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식을 부모가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회 인식에 대해 아동보호단체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으나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고통은 나이가 어릴수록, 또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게 느낀다. 이는 비속살해 피해자인 어린이가 어른보다 더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자녀에 대한 비속살해는 마땅히 가중처벌 돼야 한다. 더불어 아동을 소유물이 아닌 별도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아동인권교육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 또 많은 경우 생활고를 이유로 비속살해가 빚어지는 점을 감안해 극한의 생활고에 이르렀을 때 신고만 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찾아가 긴급 상황을 해결해주는 범국민적인 구호창구 마련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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