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기소 이래 3년 5개월만 결론… 공판만 106번
검찰, 지난해 11월 이 회장에게 징역 5년·벌금 5억원 구형
재계 ‘경영 족쇄’ 벗을지 주목… 검찰 항소 가능성도 남아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삼성그룹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늘(5일) 나온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고 있는 ‘사법리스크’의 행방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06번 재판에 95번 출석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이래 3년 5개월 만이다. 당초 선고는 지난달 26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됐다. 이 기간 검찰과 변호인 간 서면 공방이 이어졌고 탄원서들도 제출됐다. 작년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불법적으로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사실상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없었는데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또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합병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기준을 불법적으로 바꾼 혐의도 받는다.
이 회장 측은 두 회사 합병 목적이 부정하지 않고, 사업 또는 지배구조 면에서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부당합병·회계부정 건으로 2021년 4월부터 작년 11월 결심 공판까지 총 106번 열린 재판에서 95번 출석했다. 이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법원의 허가를 받은 주요 일정 등으로 불출석한 11번을 제외하고 대부분 법정에 출석한 것이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 취임 당일과 지난해 취임 1주년 때도 법원으로 향했다.
앞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354일)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될 때까지(211일)를 더하면 구속된 기간만 565일이다.
◆ 이 회장, 사법리스크 털어내나
햇수로 9년째 이어진 사법리스크로 이 회장은 경영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통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고 온전히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여부에 따라 향후 경영 보폭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등기이사 복귀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보다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상대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M&A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혹한기’로 인해 지난해에만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에 육박한 적자를 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며 인텔(487억 달러)에 역전당했다. 여기에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도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애플에 내줬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근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린 것도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무죄를 판결하더라도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의 무게를 덜게 되면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회장은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미래 사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작년 실적이 부진한 것과 별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늘렸고, 지난달 새해 첫 행보로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세대 이동통신(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점검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며 “더 과감하고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앞서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도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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