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살-3-31형’ 첫 발사 나흘만

합참 “北비행시간 등 과장 가능성”

각종 미사일?… 한미 방어망 무력화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2024.1.29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2024.1.2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지상에 이어 나흘 만에 해상에서도 전술핵 탑재 신형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시험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뿐 아니라 정밀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까지 그들의 군사력 강화 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하는 양상인데, 결국 이와 맞물린 추가 핵실험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지구촌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여력이 없는 데다 당장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유엔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할 중러가 뒷배로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신냉전 외교를 본격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핵실험은 다른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러도 국제사회와는 반대로 북한을 마냥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인데, 북한 역시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대비할 것이라는 시선도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고 북한도 핵 용인 가능성 등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추가 핵실험에 나서지 않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 “김정은 어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지도”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새로 개발된 잠수함 발사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시험발사는 잠수함 관련 시설이 밀집한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이뤄졌다.

통신은 미사일들이 “7421초, 7445초(각 2시간 3분 41초, 2시간 4분 5초) 간 동해 상공에서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발사된 미사일은 2발로 추정된다. 비행 거리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미사일은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으로 보여, 수직발사관(VLS)이 아닌 어뢰 발사관 등을 통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잠수함 명칭 등 발사 플랫폼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 24일 개발 중인 불화살-3-31형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 그때는 평양 인근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쏜 것으로 군은 판단했다.

이날도 군은 북한이 주장한 순항미사일의 잠수함 발사 플랫폼이나 비행시간 등이 과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체 연료는 아직 개발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순항미사일 특성은… 저고도 비행

불화살-3-31형은 기존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1·2형’의 개량형이다. 미사일 동체는 무늬 없이 희색으로만 도색돼 어두운색의 화살-1형, 탄두부가 흰색과 검은색 체크무늬인 화살-2형 등 북한의 기존 순항미사일들과 구분됐다.

명칭 뒤에 ‘31’이 붙은 것은 북한이 작년에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통상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내 비행 특성상 탄도미사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고도로 비행함으로써 지구 곡면에 의해 제한되는 지·해상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피해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느린 속도의 비행은 단점이다. 탄도미사일은 종류에 따라 대기권 재진입 시 마하 20(음속 20배) 이상의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데, 순항미사일은 통상 음속보다 느린 아음속으로 비행한다.

탄도·순항 구분 없이 미사일은 어디서 쏘는지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잠수함 등을 이용해 미사일을 쏘면 발사 원점을 숨기거나 기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 발사 플랫폼 다변화는 미사일 전력 구축의 핵심이다. 적에 대한 기습 공격 능력이 그만큼 강화된다는 뜻이다.

◆탄도‧극초음속‧순항미사일까지… 무기고 확보 착착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군사력 강화 계획을 차곡차곡 달성해 가는 모양새다. 각종 무기고 확보에 주력하는 양상인데, 이날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잠수함 건조 사업도 한 축이다.

북한은 그간 탄도미사일 성능 강화에 전력투구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사거리 달성에 집중했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적용한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고, 7월 2차 발사 당시에는 고각 발사로 정점고도 6천㎞를 달성했다.

정점고도 6천㎞는 정상각 발사 시 최대 사거리 1만㎞ 이상으로 미 본토에 닿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북한은 ICBM과 함께 한국·일본을 겨냥한 이른바 단거리 3종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를 꾸준히 개발해 왔다.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 100∼900㎞ 수준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진척이 느리지만, 계속 나아가고 있는 분야다. 통상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 안에서 비행하며, 변칙 기동한다는 특성을 지녀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 분류한다.

탄도미사일 특성을 일부 공유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로 나뉘는데, 북한은 2022년 1월 두차례 시험발사에 이어 올해 1월 14일 중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HCM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다종·다변화는 결국 한미 연합 미사일 방어망의 방어 역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세적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까지 다량으로 확보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무력화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힌 행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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