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용기 있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다. 자신을 잘 알고, 이길 확률이 있을 때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누가 봐도 질 것이 확실한 일에 도전한다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인 것이다.

코요테 멤버였던 빽가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공원에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뛰어가고 뒤이어 어떤 할머니가 “강도야!”라고 소리치면 쫓아가더라는 것이다. 

이를 본 빽가는 무조건 그 남자를 쫓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도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막 쫓아오니 흉기를 꺼내면서 계속 쫓아오면 죽이겠다며 협박을 했다.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니 그 강도는 나이가 들어서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돌아보면 자빠뜨리고 붙잡고 있으면 누구라도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대로 했다. 강도는 흉기를 휘두르려 했지만 힘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오고 강도는 체포됐다. 빽가가 강도를 잡은 것이다.

아무리 강도가 힘이 없었다고 해도 흉기를 들었는데 무섭지 않았을까? 그 순간에도 상대와 자신을 분석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용기를 낸 빽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세계적인 커피전문회사 스타벅스(Starbucks)의 상호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 한다. 이 소설에는 한쪽 다리에 고래뼈로 만든 의족을 한 에이허브라는 선장이 나오는데 그는 오로지 자신의 한쪽 다리를 가져가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을 찾아 복수하기를 꿈꾼다.

반대로 스타벅이라는 일등 항해사가 있는데 그는 에이허브와 대립되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드디어 모비딕이 나타나고 스타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에이허브는 모비딕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보트 여러 대가 파괴되고 선원들이 죽어갔지만 에이허브의 분노와 집착은 계속된다.

거기서 스타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 고래를 잡으려면 우선 고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저 막연한 용기나 자신은 강하다는 착각만으로 덤빈다면 그야말로 만용인 셈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나 자신을 먼저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을 먼저 알고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백전불태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하자면 지기지피면 백전불태가 될 것이다.

반대로 자신도 타인도 모르는 채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오히려 상대에게 자신의 허점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진정한 용기의 출발은 자신과 상대에 대해서 잘 알고 질 확률을 상쇄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 많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고수는 말이 없다. 자신의 힘을 드러내 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이 떠 보려 말할 때조차도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진정한 겸손이다.

겸손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다.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때 평안할 수 있고 그러한 평안은 행복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