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제3당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 (대만 연합보/연합뉴스) 2024.01.13.
왼쪽부터 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제3당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 (대만 연합보/연합뉴스) 2024.01.1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국이냐 중국이냐’ ‘민주주의 사수냐 전제주의 전환이냐.’

대만의 운명을 가를 총통 선거(대선)가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오전 8시) 개시됐다. 이번 선거는 친미나 친중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와 미-중 관계, 나아가 세계 안보와 경제 지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래 8번째를 맞은 올해 선거에서는 대만 총통·부총통과 우리나라 국회의원 격인 113명의 입법위원을 함께 선출한다. 대선과 총선이 합쳐진 선거인 셈이다.

이들을 심판하게 될 만 20세 이상 유권자들은 1955만명이다. 대만 전체 인구 약 2400만명 중 80% 이상에 달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의 향후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은 더욱 친미·독립 성향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국민당이 승리하면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총통 선거는 ‘양안 관계’와 ‘민생’을 둘러싼 격돌로 요약된다. 대만 국민들은 2000년부터 양당을 8년 주기로 교체해왔는데, 이 공식이 이번에 깨질지도 관전 요소다.

지난 8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2024.01.13.
지난 8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2024.01.13.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야당 국민당의 양당 후보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누가 총통이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11일 조사 기준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35.1%의 지지율, 이에 맞서는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과 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32.5%의 지지율을 보인 바 있다. 이달 들어선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인 지난 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는 ‘대만의 주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우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의사 출신인 그는 전날 마지막 유세장에서 “대만의 운명이 우리들의 손에 달렸다”며 총통·입법위원·정당표 3표를 호소했다.  대만의 제14·15대 총통인 차이잉원 총통도 “(현재) 대만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고 앞으로도 민주주의의 길을 따를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반면 친중 성향으로 입법원(의회) 과반으로 제1당을 노리는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는 ‘중국과의 평화 공존’을 강조하며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경찰청장 출신인 그는 “우리 아이들을 전쟁터로 보내서는 안 된다”면서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를 ‘미국의 위험한 친구’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대만 총통선거일인 13일(현지시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유우이 후보의 유세장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AP/뉴시스) 2024.01.13.
대만 총통선거일인 13일(현지시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유우이 후보의 유세장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AP/뉴시스) 2024.01.13.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국민당(왼쪽)과 민진당의 막판 유세 모습. (국민당·민진당/중앙일보) 2024.01.13.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국민당(왼쪽)과 민진당의 막판 유세 모습. (국민당·민진당/중앙일보) 2024.01.13.

또 제3당 돌풍의 주인공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총통 후보는 기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차이잉원 외교 노선’을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미국과 중국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는20·30세대의 표심이다.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계층으로, 그들의 표심이 향후 대만의 정치 지형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세대는 양안 관계보다는 취업, 집값 등 현실적인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민생을 강조하는 커원저 민중당 후보를 비롯해 민중당과 함께 협력해 대만을 발전시키겠다며 연합정부론을 내세우는 민진당 등 각 후보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은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중국은 여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대만 동부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대만을 압박했다.

미국은 누가 집권하더라도 대만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직후 전직 고위 당국자들로 구성된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해 미 정부의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대만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미-중 갈등이 격화될 시 한국도 양안을 놓고 더 뚜렷한 입장을 취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선 친중 국민당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해외 투자에 부정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정권 교체 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그로 인한 반사 효과를 누릴 것이란 분석도 더해진다.

친(親)중 성향의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오른쪽)와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 (뉴시스/AP)
친(親)중 성향의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오른쪽)와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 (뉴시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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