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중국 공산당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가운데)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024.01.13.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중국 공산당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가운데)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024.01.1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대만 총통·부총통과 우리나라 국회의원 격인 입법위원을 선출하는 선거 당일에도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하루가 멀다하고 군사적 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미국은 중국 고위 외교관과 만나 대만의 민주적 프로세스를 존중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중국의 류젠차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대만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AP, NHK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류젠차오 부장은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소집되면 중국의 차기 외교장관이 될 가능성이 큰 인물로도 꼽힌다.

양측은 친미 성향의 집권 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묘한 견제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이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지역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중국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하자, 류 부장이 “중국에 대만 문제는 핵심 이익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고 맞받은 것. 미국이 대만을 언급하자 중국이 중국-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금 못 박은 셈이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만의 독립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가운데)이 중국 공산당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024.01.13.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가운데)이 중국 공산당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024.01.13.
지난 8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2024.01.13.
지난 8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2024.01.13.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국민당(왼쪽)과 민진당의 막판 유세 모습. (국민당·민진당/중앙일보) 2024.01.13.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국민당(왼쪽)과 민진당의 막판 유세 모습. (국민당·민진당/중앙일보) 2024.01.13.

현재 대만에서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민주주의 사수냐 전제주의 전환이냐를 결정지을 운명의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친미나 친중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와 미-중 관계, 나아가 세계 안보와 경제 지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래 8번째를 맞은 올해 선거에서는 대만 총통·부총통과 우리나라 국회의원 격인 113명의 입법위원을 함께 선출한다. 대선과 총선이 합쳐진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의미다.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는 ‘대만의 주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우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반면, 친중 성향으로 입법원(의회) 과반으로 제1당을 노리는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는 ‘중국과의 평화 공존’을 강조하며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왼쪽부터 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제3당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 (대만 연합보/연합뉴스) 2024.01.13.
왼쪽부터 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제3당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 (대만 연합보/연합뉴스) 2024.01.13.

이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의 향후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은 더욱 친미·독립 성향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국민당이 승리하면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집권 민진당과 야당 국민당의 양당 후보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누가 총통이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11일 조사 기준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35.1%의 지지율, 이에 맞서는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과 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32.5%의 지지율을 보인 바 있다. 이달 들어선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인 지난 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은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중국은 여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이 대만섬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에서 항모전단을 편성해 1개월 동안 전투태세 훈련을 실시하고 하이난도 모항에 귀환했다고 중국군 남부전구가 10일 발표했다. (출처: 남부전구 웨이보 캡처)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이 대만섬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에서 항모전단을 편성해 1개월 동안 전투태세 훈련을 실시하고 하이난도 모항에 귀환했다고 중국군 남부전구가 10일 발표했다. (출처: 남부전구 웨이보 캡처)

선거 당일인 이날에도 대만 해역 주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8대와 군함 6척이 포착됐다고 대만 국방부는 밝혔다.

전날 새벽과 오후에는 중국 정찰 풍선 2개도 대만 본섬 주변에서 탐지됐다. 중국은 지난 10일에도 대만 동부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며 대만을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은 누가 집권하더라도 대만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직후 전직 고위 당국자들로 구성된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해 미 정부의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총통선거일인 13일(현지시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유우이 후보의 유세장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AP/뉴시스) 2024.01.13.
대만 총통선거일인 13일(현지시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유우이 후보의 유세장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AP/뉴시스)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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