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기자회견 열고 탈당 선언
자신 책임도 인정하며 사과
‘김대중 정신’ 강조한 NY에
DJ 3남 김홍걸 “정신 사칭”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1.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에 민주당 내 일부에선 ‘김대중 정신을 사칭’했다며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먼저 탈당 이유와 소회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데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며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 버리지 못했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라며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 국가 과제의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신당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에서 탈당한 ‘원칙과상식’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신당 추진을 함께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청년과 전문직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그런 분들께서 정치참여의 기회를 얻으시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7.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7.23

다만 이 전 대표의 탈당과 관련해 당내에서 불만도 터져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이 전 대표 기자회견 직후 SNS에 “김대중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 전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대표님 본인”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부쳐’라는 또 다른 글에서는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김대중 정신을 사칭하는 분들이 계속 나와도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라고 썼다. 이 전 대표가 ‘김대중 정신을 사칭’한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이 전 대표의 탈당 의사 철회를 간절히 바라는 국회의원 일동(129명)도 이날 ‘명분없는 창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지금도 국민들과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대권 후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더욱이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4년 전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께 당선시켜달라 요청했던 사람들”이라며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총선 승리로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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