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내달 29일부터 22일 여정 떠나
약 400㎞ 구간 이동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평화 정착 기원

김현호 신부(왼쪽 첫번째)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2024년 생명평화순례 기자회견'에서 세부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현호 신부(왼쪽 첫번째)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2024년 생명평화순례 기자회견'에서 세부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국내 4개 종교 성직자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기원하며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약 400㎞를 순례한다. 4개 종교단체가 함께 DMZ 순례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성향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실천불교승가회, 원불교 시민사회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2024 DMZ 생명평화순례 준비위원회(준비위, 준비위원장 김찬수 목사)’는 내달 29일∼3월 21일까지 21박 22일 일정으로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걷겠다고 9일 서울 천주교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했다.

이번 순례에선 4대 종단 성직자 25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이 중심에 서고 종교계와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순례에 함께한다.

준비위는 북한이 작년 11월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거론하며 “한반도의 온전한 평화를 향한 지난한 노력이 물거품이 돼 가는 현실을 목도한다”며 “생명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 꺼져가는 평화의 불씨를 되살리는 뒷불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분단의 선은 DMZ에만 있지 않다. 분단의 선은 우리 이웃의 현실이 됐다”며 이번 순례가 남북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확산하는 분단과 분열을 극복하고 상호 존중과 공존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를 지낸 이은형 신부는 취지에 대해 “전 세계에 여러 분쟁 지역이 있고 여러 아픔이 존재하는데 평화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발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부 운영계획에 따르면 이들 4개 종교 성직자와 단체 관계자 등 25명은 민족 전쟁의 상흔을 살펴보고 남북 관계 개선을 염원하며 하루 20㎞ 안팎을 걸어 전체 약 400㎞ 구간을 이동한다.

준비위는 각 종교단체 관계자, 신도, 시민들이 일부 구간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순례단이 지나는 임진각(파주), 토고미마을(화천),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인제), 고성통일전망대 등에선 강연회와 평화의 노래 공연 등 페스티벌도 진행한다.

준비위는 이번 순례를 마치면 향후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의 종교인을 초청해 매년 순례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아울러 DMZ 도보 순례 코스가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새롭게 평가받는 계기를 모색할 계획이다.

‘2024 DMZ 생명평화순례’는 지난해 4월부터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각 종단의 종교인들이 모여 준비했다. 생명평화순례는 분단과 분열 그리고 대결의 현장이자, 상징인 DMZ 길 위를 종교인들이 함께 걸으며 경계를 넘어 서로 배우고 적대와 미움이 아닌 환대와 공존의 마음을 키우는 생명평화순례의 여정이다.

DMZ는 한국 전쟁을 멈추게 했던 휴전 협정 당시, 남·북한이 휴전선으로부터 남, 북으로 각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한 지대를 말한다. 이와 같은 비무장지대가 없이 양측 세력이 완전히 맞닿아 있다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칫 잘못하면 큰 사태로 번질 수 있으므로 비무장지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곳은 민간인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으며, 중립국 감시단이 지속적으로 해당 구역이 비무장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 감시 활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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