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 연방 하원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연방 대법원판사들과 각료들이 앉아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역대 교황으로는 최초로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이민자 정책 등 미국 사회의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주저 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교황은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섰다. 50여분에 걸친 연설 내내 이민자 정책과 기후변화 문제, 무기거래 중단, 사형제 폐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를 부모로 둔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은 ‘자신도 이민자의 아들’임을 상기시키면서 “이 대륙의 인민은 이방인(외국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도 한때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민자들을 감싸 안는 정책과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낯선 누군가에게 과거의 실수와 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좋은 지도자 ‘평화’ 선택”… 무기 거래 중단 촉구

교황은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대화를 재개하면 모두를 위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지도자들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좋은 정치 지도자는 모든 이들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개방과 실용의 정신으로 기회를 잡는 사람”이라며 “좋은 지도자들은 언제나 공간을 소유하기보다 ‘(평화)과정’을 개시하는 것을 택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인간의 생명과 삶을 처참하게 빼앗는 전쟁의 살상 무기 판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왜 개인들과 사회에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려는 이들에게 살상 무기가 왜 판매되고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야 한다”며 “슬프게도 답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 탄식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무기 판매로 얻은 돈은 “피에 적셔진 돈이다. 그 피는 무고한 이들의 것인 경우도 많다”면서 “문제를 직시하고 무기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호소했다.

◆정치는 인류의 선 증진시켜야

또 그는 미국 정치계를 향해 봉사와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교황은 “미국인의 마음속에는 민주주의 정신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고 믿는다”며 “모든 정치는 인류의 선을 증진하는데 바탕을 둬야 한다. 또 봉사정신을 통해 모든 개인이 존엄하며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는 경제나 금융의 노예가 될 수 없다”면서 “정치는 정의와 평화, 공동선, 이익 공유를 위해 특정한 이해관계를 희생하고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후변화 문제, 난민, 가족·아동 문제, 사형제 폐지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상·하원의원들은 12번의 기립박수로 교황의 연설에 답했다.

한편 교황은 연설이 끝난 후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점심봉사를 하며 친서민적인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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