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비판하면서 약소국과 사회적 약자, 환경의 보호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평화와 개발, 성평등, 교육, 환경, 군축 등 유엔이 다루는 민감한 이슈들을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그는 “국제 금융기구들은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신경 써야 한다”며 “국가들이 억압적인 대출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시스템은 사람들을 더 심한 가난과 배제, 종속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몰아넣는다”면서 “모든 종류의 남용과 고리대금업(usury)은 제한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을 향해서는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교황은 “권력과 물질적인 번영을 위해 이기적이고, 끊임없이 돈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천연자원을 잘못 사용하게 만들고, 약하고 빈곤한 계층을 더욱 소외시킨다”고 일침을 가했다.

교황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한 서방국가들과 이란의 핵 합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지지를 내비쳤다. 그는 “정치적 선의의 증거”라며 “전면적인 핵무기 금지가 시급하다”는 뜻도 밝혔다.

역대 교황 가운데 다섯 번째로 유엔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동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시리아, 남수단의 분쟁을 둘러싼 안보리의 이견을 거론하면서 “인간이 분파적 이해관계보다 우선해야 하는데도, 후자가 더 정당성을 갖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질책과 함께 유엔 안보리에 더 공정한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등 유엔 개혁 문제를 언급되자 193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은 마약 밀매에 대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소리 없이 죽이는 것”이라고 성토하고, “마약 밀매에는 본질적으로 인신매매, 돈세탁, 무기거래, 아동착취 등 또 다른 형태의 부패가 따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구를 ‘창조주로부터 온 사랑의 과실’로 표현했다. 교황은 “인류에게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남용할 권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구촌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환경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뜻에서 ‘환경권’도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이어 “생태의 위기와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대규모 파괴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며 12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교황은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3L’ 즉 주거(lodging)·노동(labor)·토지(land)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유엔본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깃발을 내걸었다. 이는 유엔의 2개 옵서버 국가인 교황청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하기로 한 결의안이 지난 10일 통과된 데 따른 것으로, 특별한 게양의식 없이 진행됐다. 

한편 교황은 26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미국 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세계 천주교 가족대회’에 참석한 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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