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갑진년의 새해가 밝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짧은 시간임에도 이미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일이 발생하였다. 사람 사는 곳에 별일이 다 있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새해부터 그리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새해가 되자마자 야당 대표에 대한 흉기 피습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훈련을 핑계 삼아 해상 군사분계선 근처에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총선 이후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던 PF 대출 부실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먼저 야당 대표의 부산 방문을 노려 흉기로 피습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범인이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었기 때문에, 범행동기는 수사로 밝혀질 것으로 본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건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더구나 피해의 대상이 야당 대표이자 국회의원인데, 공인이며 정치인을 흉기로 공격한 것은 증오나 혐오를 떠나서 우리 사회에 심각성을 던져주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에 대한 계획적 또는 우발적 테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거의 없었던 국가가 우리나라였다.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단순히 생각이나 표현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우려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결코 폭력으로 실현될 수 없으며,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

증오나 혐오의 감정을 폭력으로 풀어가려는 위험한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오는 대상을 아주 미워하는 감정으로 혐오와 분노를 함께 느낄 때 나타난다. 이런 증오는 오래 지속되는 것이어서 제어하기 쉽지 않다. 대립과 갈등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증오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증오범죄가 계속 발생한다면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할 때 시작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대화와 토론이 중요한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견해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민주주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다른 사람들과 공존해야 한다.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하지 못한다고 강압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국민의 의식이 민주화되어야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사람의 감정에는 증오심도 있지만, 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교육이고 사회환경이다. 지금 우리나라 유아·초·중등교육은 대학 입시 교육이고, 대학교육은 생존을 위한 직업교육이다. 입시교육과 직업교육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육에서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사회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도리 등 인성교육은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암울하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은 훈련을 핑계로 다른 포격 장소를 놔두고 북한지역이라 하지만 남북 해상경계선 근처를 대상으로 계속 포격하고 있다. 이런 행위가 남북 간에 긴장을 조성함을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포격 훈련을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우리가 북한의 도발 행위를 한두 번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철저한 대비만이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새해가 되면서 부동산 PF 대출 문제가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묻지마 부동산 투기가 불러온 광풍이 역풍으로 바뀌는 순간이 도래하고 있다. 부동산 붐에는 언론의 역할도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언론이 우리 사회의 정론이 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데, 그동안 언론은 오히려 부추긴 면이 없지 않았다. 잃어버린 수십 년을 말하고 있는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는데,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연구를 통하여 혼인율과 출생률의 감소에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집값과 교육비가 큰 요인이라고 하였다. 특히 결혼과 첫째의 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터무니 없이 올라간 집값이고, 둘째 출생에는 교육비 부담이 문제라고 하였다. 물론 국토연구원은 부동산과 관련된 관점에서 본 것이지만, 이런 연구의 결과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는 경제적 자유를 탓할 수는 없다. 정당한 경제활동으로 얻은 이익은 자랑해도 된다. 그렇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면, 언젠가는 그 숲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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