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급감하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적 자원과 뛰어난 문화 인프라도 있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은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 첫 번째는 주택문제다. 집에 대한 스트레스를 딛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이번에는 육아 스트레스로 다시 한번 전쟁을 치른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도 일반화된 상황에 힘들게 아이를 낳으면 막상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학력 여성의 경력 단절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손실이자,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것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였다. 싱가포르 예를 들면서 월 100만원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저출산도 해결하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받아들였다.

필리핀과 논의 끝에 첫 번째로 100명의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오는 3월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중국 교포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영어를 쓰기 때문에 ‘아이’를 맡겨도 될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초 월 100만원이면 된다던 외국인 가사도우미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최소 월 200만원은 돼야 한다고 해 논란이 크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절실한 대상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서민층이다.

이 때문에 월 200만원을 줄 수 있는 서민이 얼마나 될지, 도입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거둘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그 돈을 주고 육아와 가사를 맡길 수 있는 가정이라면 중상층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 

당초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취지가 저출산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지만 서민 가정에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에서는 중국교포들이 월 300만원 받으면서도 가격 담합을 하고 있어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목소리도 들린다.

단일 민족이라는 특성상 외국인 유입에 지극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저출산 해법으로 자리잡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첫 시범 정책 후 의외의 호평이 나온다면, 국가에서 7세 미만을 둔 가정이 이를 활용할 경우 절반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국가 과제에 저출산보다 심각한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도 독일에 광부, 간호사를 내보내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 산업에 큰 도움을 받았던 때를 생각해 ‘필리핀 이모’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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