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아파트에 사는 한 젊은 주민이 커뮤니티에 “몇 달 전부터 맨 밑층부터 위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며 총 5회 걷기 운동한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령의 이웃이 ‘전기료를 추가로 부담하라’며 민원을 넣었다”고 하자 세대 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민원을 넣은 노인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필자가 입주자대표회장을 4년간 한 경험으로 볼 때는, 아파트 계단에서 운동하는 게 입주민의 권리로서 옹호되어야 하는 행동은 아니다.

민원을 넣은 노인은 “계단 운동을 하면서 승강기를 타고, 계단 센서등이 자주 켜지며 공용 전기료가 낭비된다. 공용 공간에서 운동하며 건강을 챙겨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고 한다.

관리사무소는 “계단은 공용 공간이고 운동하는 주민도 공용 전기료를 내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니 올바른 대응이고 제대로 된 업무처리다.

글에는 ‘민원을 넣은 노인이 집 앞 공용전기 콘센트에서 무언가 충전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 이러한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고 아파트 계단 운동을 비판할 만한 수준이 아닌 주민이다.

아파트 동대표를 해보면 고령자란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진상 입주민을 많이 만난다. 나이가 벼슬인 줄 안다. 나이 먹는다고 다 어른스러운 품성을 지니는 게 아니다. 젊을 때 신사로 살아야 나이 들어서도 품격 있는 어른이 된다.

세상일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면 나이를 떠나 누구나 꼰대다. 입주민이 계단에서 운동을 하든 말든, 타인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공용전기를 이용해 자신의 건강을 챙겼다고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는 말처럼 나이 들수록 말을 줄여야 실수도 줄어든다. 젊은이의 실수에 조금은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어른이다.

필자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코로나 때 밀폐된 실내가 싫어 그 후로 실외에서 운동한다. 평소에는 아파트 내 도로나 근처 운동장에서 달리기한다. 대신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계단에서 5회 정도 운동하는데, 20층을 걸어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승강기를 탄다. 내려가는 건 무릎에 무리가 가서다. 날씨가 외부에서 운동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만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입주민의 계단 운동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입주민이라면 아파트 내 공용 공간은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아파트 계단은 승강기가 고장 날 때 대체 수단이고, 화재나 기타 아파트 내 비상 상황 시 대피하는 통로다. 운동은 실외나 운동장, 헬스장 등 목적에 맞는 시설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건강을 위해 꼭 계단 운동을 하고 싶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외부 계단이나 스토퍼 등을 이용하는 게 상식적인 사고다. 입주민의 권리인 양 매일 계단에서 운동하는 게 옹호될 수 없는 이유다.

계단 운동은 방음 시설이 잘된 아파트가 아니라면 소음을 유발해 이웃에 피해를 준다. 불필요하게 승강기를 이용하며 일상 생활하는 주민에게 불편도 준다. 개인 운동에 승강기를 이용하며 다른 주민에게 불편을 준다면 안 해야 맞다.

같은 라인에 사는 입주민 모두가 운동한다며 계단으로 몰려나온다고 상상하면 끔찍한 일이 된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모두가 될 수 있다’ 생각하고 자제해야 할 행동이다.

계단 운동을 옹호하는 건 민원 넣는 노인이나 다를 바 없다. 센서등, 승강기 전기료 문제를 떠나 운동은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에서 해야 한다. 외출했다 귀가하며 집으로 걸어 올라가는 정도의 운동이면 양해할 수 있다.

‘부당이득’이라 민원 넣는 것도 잘못이지만, 다른 주민이 불편할 수 있는 계단 운동도 결코 권장하고 옹호할 행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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