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한 유튜브 출연자가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이 말을 왜 못 해”라고 한 말을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전쟁이 종식된 종전 상황이 아닌, 휴전선을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휴전 중이다. “북한이 주적”이란 말을 했다고 논란이 되는 게 더 이상하다. 청소년들에게 통일교육도 필요하지만, 호시탐탐 도발할 기회를 엿보는 북한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주적이란 교육이 더 중요하고 우선이다.

필자는 10년간 장교로 복무했다. 훈련할 때 적은 항상 북한군이었다. 북한군이 다시 전쟁을 일으켜 남침한다 가정할 때 어떤 방향으로, 어떤 작전으로 공격해올지 늘 연구했다. 적이 공격해올 때 우리는 어떤 방어 작전으로 적군을 격퇴할지 훈련했다. 군대의 모든 작전계획도 북한군을 주적으로 가상한 시나리오로 작성돼 있다. 북한군은 늘 우리 국민에게 위협 대상이고 주적이란 의미다.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에도 과거에는 ‘주적’을 북한군으로 늘 명시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엔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주적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다. 심지어 2001~2003년에는 국방백서를 아예 발간하지 않았다.

2004년엔 ‘직접적 군사 위협’, 2006년엔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란 순화된 표현이 들어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부터 다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2018년, 2020년에는 ‘주적’ 표현이 또 삭제됐다가 2022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대한민국을 수호할 국군마저 정치적인 논리로 휘두른 탓이다.

국방백서에서 주적의 개념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고 명시했듯이 우리의 주적은 불쌍한 북한 동포가 아니다. 4대 세습을 꿈꾸는 북한 정권과 군사력으로 무장해 수시로 도발하는 북한군이다.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북한을 동경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 동포들의 처참한 삶의 현장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면 북한 정권을 절대로 옹호할 수 없다.

필자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 2007년 금강산을 다녀오며 북한의 현실을 두 눈으로 똑바로 목격했다. 북한 측 출입국관리소를 지나 관광버스가 금강산을 향해 달리는 주변의 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남한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면 숨어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비포장도로를 걷던 남루한 북한 주민들이 논두렁, 밭두렁 아래로 숨는 모습도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주민이 자전거를 던지다시피 놓고 초소 안으로 숨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통제를 받으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의아했다.

금강산에 관광지구는 우리가 건설한 시설이라 남한과 차이가 없었다. 북한 안내원들의 얼굴이나 옷에서도 큰 차이는 못 느꼈다. 하지만 금강산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본 금강산 관광지구 가림막 반대편의 북한 마을은 남한의 1960년대 수준의 모습이었다. 남루한 행색의 주민들이 군대처럼 열 맞춰 이동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우리가 묵는 숙소인 해금강 일대는 밤에도 환했지만, 북한 쪽 고성읍은 불빛 한 점 없는 어둠의 도시로 변했다. 북한 주민의 삶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다.

이처럼 북한 주민의 고혈을 빨며 북한 정권은 “서울을 불바다 만들어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자들을 주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상식적인 옳은 사고방식이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한 군인들은 병영 놀이하러 간 게 아니다.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력이다. 북한은 분명한 우리의 주적이고 6.25 당시 북한을 도와 통일을 막은 중국과 러시아는 잠재적인 주적이다. 수시로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하며 군사력을 키우는 나라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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