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패밀리스토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무자녀 세대 12가구가 들려준 이야기는 MZ세대 부모들의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발표 내용을 보면 “아이의 입시 전쟁에 참전할 자신이 없다.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라거나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개근거지’라고 비하하는 말까지 있다.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 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라는 내용도 있다.

성인으로서 얼마나 자존감이 낮으면 애를 낳기 전부터 성적, 자동차, 해외여행으로 남하고 비교하고 무시당할 걱정부터 하는지 의아하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것을 제공하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해한다.

무리해서 비싼 유치원 보내고, 좋은 학교, 고액 학원을 보내며 키우는 게 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니 그렇다. 아이들을 다 키운 부모들은 무리한 육아와 훈육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걸 느끼고 후회한다.

경쟁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부모들의 고충은 공감하지만, 부모부터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부모가 자존감이 낮고 생각이 짧으면 물질적인 부분에서 비교하며 겉 포장만 신경 쓰며 산다.

집이 크다고 우쭐하거나 좋은 차 탄다고 경차 타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인성이라면 자녀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없다. 아이 성적이 결코 부모 성적도 아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나름의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교육비를 퍼붓는다고 달라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얼마 전 TV에서 카이스트 총장이 나와서 “자신은 TV를 거꾸로 본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괴짜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칭찬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넥슨 김정주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제자라니, 부모가 어떤 생각으로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큰 인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자기 개성이 중요한 시대다.

얼마 전 어린이집 아이들이 야외 활동하는 모습을 봤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메이커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겨울이 되니 한 벌에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패딩을 입은 아이들도 보인다. 아이를 부모의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부모의 심리가 반영된 탓이다. 어릴 때 유대인의 경제 관념을 가르쳐야 성인이 되어 잘산다. 자녀들이 물질적인 경쟁과 비교에서 벗어나고, 올바른 경제 관념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비교 자체를 할 줄 모른다. 부모들이 타인을 집으로 평가하고, 차로 평가하고 친구를 성적으로 평가하며 저급한 뒷담화 하니 아이들이 배운다. 아이들은 주변 환경에서 배우고 모방하는 경향이 있어 부모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습득한다.

부모의 올바른 행동과 긍정적인 생각이 아이들도 올바른 사고방식과 정신을 가지고 성장하게 한다. 부모가 자존감 높은 행동과 태도를 통해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자녀의 자존감도 높아진다.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를 ‘뱁새가 황새 따라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뱁새의 잘못이다. 그런 부모라면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는 게 사회를 위해 이롭다. 자녀를 건강하고 밝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자신 있고 멋지게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의 비교와 경쟁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열심히 노력하고 근검절약하며 경차를 타는 걸 자녀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도록 키우는 부모가 현명한 부모다. 경쟁보다 아이를 건강하고 밝게 키우는 방법에 더 열중해야 옳다.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라. 행복지수는 남과 비교하지 않아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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