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선거구획정 ‘미궁’
선거 100여일 앞두고도 ‘대립’
일각선 ‘일부러 늦춘다’ 주장도
정치 신인들 ‘출마 문턱’ 높여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총선 선거구 변경 주요 지역.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총선 선거구 변경 주요 지역.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100여일 앞두고도 선거구획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가 선거구획정 및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는 ‘깜깜이 선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거구획정은 선거의 공정·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선거 직전에 졸속으로 이뤄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내년 총선 32곳 ‘지각변동’

선거구획정은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지리적 단위를 나누는 것으로 행정구역, 인구 균형, 지리적 여건 등이 고려된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의석수 및 당선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은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도록 한다’고 규정한다. 법률대로라면 지난 4월 10일까지 선거구획정을 끝냈어야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지난 5일 지역구 선거구 수를 현행대로 253개로 유지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구획정안에 따르면 지난 총선과 달리 선거구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총 32곳이다.

올해 1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합구와 분구가 각각 6곳, 지역구 조정 5곳, 자치구·시군 내 경계 조정 15곳 등이다. 추후 이 획정안이 확정된다면 최소 32곳에 출사표를 내는 예비후보자들이 모두 영향권에 든다는 의미다.

◆여야, 선거구획정두고 ‘샅바싸움’

여야는 획정안을 두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선거구를 분구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선거구를 합구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획정안에는 서울 부산 경기 전북 전남에서 6개 선거구가 통합되고 부산 인천 경기 전남에서 6개 선거구가 분구된다. 종합하면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과 경기에서 각 1석이 늘게 된다.

문제는 의석수 감소지역에서 논쟁이 더 치열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의견만 반영된 편파적인 안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획정안이 인구 균형을 고려한 합리적인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구획정 지연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 중 하나가 이제 막 시작점에 있는 정치 신인들이다. 지난 12일부터 현행(소선거구제) 기준으로 한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지만,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다.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며 인지도와 조직을 구축하기에 선거구가 늦게 확정되면 현역 의원들이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20년째 법정 기한 못 지켜

여야는 선거 때마다 선거구획정에 늑장이다. 지난 20년 동안 법정 기한을 지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제17대부터 21대 총선까지 선거를 불과 평균 38일 앞두고 선거구가 획정됐다. 어떻게 선거구가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비후보들은 반쪽짜리 선거운동을 해야 하니,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4월 치러질 22대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획정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질 않는다. 매번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면서 선거관리에 차질 등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했다.

다만 획정위에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획정위에서 마련한 획정안은 국회로 넘어가 여야 합의로 의결된다. 이 때문에 선거구획정은 선거법상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함에도 지연이 반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획정위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지난 5일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했지만, 여야의 이견으로 인해 사실상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 유불리를 따지는 현역 의원들의 세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시라도 빨리 선거전에 나서야 하는 정치 신인과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여야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조정하는 ‘게리맨더링’을 위해 선거구를 늦춘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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