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세 번째 공개 소환돼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은 지 사흘 만이다.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연예인으로서의 명예가 추락하고 공적 활동이 제약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씨의 사망 소식을 주요 외신들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국 CNN은 “이씨는 ‘기생충’에서 호평을 받았고 공상과학 스릴러 시리즈 ‘닥터 브레인’으로 국제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세계에 얼굴을 알린 배우를 마약 때문에 잃은 것은 충격적이다.

이씨는 그동안 세 차례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유흥업소 실장 등에게 속았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말해 왔다. 이들에게 협박을 받아 3억 5000만원을 뜯겼다는 주장도 했다.

이씨는 마약 투약혐의로 입건돼 올 10월부터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마지막 세 번째 조사는 19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이씨는 “유흥업소 실장이 수면제라고 줘서 먹었을 뿐”이라며 고의 투약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누구 말이 맞는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백을 주장하던 이씨는 하루 뒤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유명 가수 지드래곤도 입건했으나 그가 강하게 혐의를 부인한데다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수사를 종결했다.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 측은 “안타깝다”면서도 “심야 조사 동의를 받았고 강압 수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는 면피성 해명만 했다. 권씨 무혐의 종결 후에도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제보가 구체적이었다”며 2차 가해까지 했다.

경찰의 구시대적인 수사 관행은 그냥 덮고 갈 사안이 아니다. 증거와 진술 확보가 관건인 마약 수사는 다른 사건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진다. 물증 증거도 없이 공개 소환과 강제 수사를 이어 나간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경찰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공개수사를 벌이면서 망신주기식 조사를 거듭한 것이 이씨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기 바란다. 클릭 수 장사에 혈안이 돼 인격을 난도질하며 선정적인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낸 유튜브 채널이나 언론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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