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남자농구 전 국가대표 장신 센터 한기범(59)씨는 선거철만 다가오면 바빠진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지지 유세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출판 기념회가 한창인 요즘 그는 초청 섭외 대상자로 손꼽힌다.

한씨는 선거 캠프를 여야를 따지지 않고 유세를 한다고 한다. 특히 특정 정당을 공식 지지하는 발언보다는 후보 인물의 면면을 알리는데 주력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호 하남시장 후보를 응원했고, 2020년 4월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이종배 충주 국회의원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민주당 김상호 하남시장 후보를 지지할 당시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김상호 하남시장 후보를 응원하려고 한달음에 왔다”며 “지난 4년, 제가 아는 어떤 정치인보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생활체육 인프라 확충과 아이들의 체육활동 멘토 사업에 진정성을 갖고 임했다. 나와 우리 아이들, 그리고 가족의 건강을 책임질 김상호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종배 충주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지원할 때는 “이종배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충주까지 왔다”며 시민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한씨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여러 당 후보들을 성원하는 것은 자신만의 ‘생존형 처세술’ 때문이다. 그는 한때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최장신 센터였다. 하승진, 서장훈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농구 역사상 최장신 선수였다.

김유택, 허재 등과 함께 ‘기아 불패’ 시대를 개척하는데 한몫 단단히 했으며, 1989~1990 농구대잔치 MVP를 차지했다. 1996~1997 농구대잔치를 끝으로 은퇴했다. 그의 말로는 원 없이 많은 농구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은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은퇴 이후엔 자신의 이름을 딴 한기범농구교실을 열어 유소년 농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르팡 증후군으로 인해 2차례 심장 수술을 한 자신의 경험 때문에 사단법인 한기범희망나눔 회장으로 활동하며 심장병어린이, 다문화가정, 농구꿈나무 후원하는 사회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한국심장재단과 어린이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에 나누어 기부하고 있다.

그는 과거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경쟁 상대인 다른 정당 측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여러 사회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한 뒤부터는 여러 당 후보들의 지원 요청을 골고루 소화했다고 한다.

유명인들의 지원 유세는 정치인의 딱딱한 이미지를 희석하고, 친근감 있게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과거부터 자주 사용된 선거운동 전략 중 하나다.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 한 씨가 주목을 받는 것은 2m 5㎝의 키가 큰 장신 농구 선수라는 이미지가 후보자의 지지도를 높여주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한 씨의 정치 처세술은 “내년 선거는 한국정치사상 가장 극렬한 진영대결이 가시화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홍준표 대구 시장의 예고에서 알 수 있듯이 사상 최악의 정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는 스포츠 스타의 품격을 지키고 자신의 사회 봉사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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