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날 박춘섭 경제수석도 다른 수석들과 함께 임명장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임명장 전달 후 함께 참석한 배우자와 가족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춘섭 수석은 딸이 꽃다발을 받았다. 수년 전 아내가 암투병으로 세상을 떠나 딸이 가족으로 참여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그는 극적인 삶을 살았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재부 정통공무원으로 수십 년간 근무를 한 그는 조달청장을 뒤로하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던 무렵 암이 발병한 아내를 극진으로 병간호했으나 끝내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방황을 하다 2년여간의 공백 끝에 2022년 6월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아 다시 공직을 이어갔다.

그는 체육분야가 생소했지만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빠르게 업무를 익혔다. 인사 행정과 경영에 정통한 그는 대인관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한국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났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체육계 안팎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체육계 지면을 넓혀 나가던 그는 체육기자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듣고 싶다며 몇몇 체육 전문기자를 찾았던 것이다. 그의 첫인상은 오랜 관료 생활로 딱딱하고 절제된 모습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다. 소탈한 자세로 주위의 친구나 형제를 대하듯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이다. “한국체육 현장에서 오래 취재한 경험을 살려 체육회가 필요한 부분을 자주 얘기해달라” “기회가 되면 자주 찾아뵙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듣겠다” 등으로 조언을 구했다. 기재부 출신으로 정부 예산 배정에 밝은 그는 대한체육회의 재정적 안정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 8개월간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금융통화위원으로 전격 발령을 받았다. 정부에서 예산통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그는 체육분야를 떠나 자신의 전문 분야로 다시 가게 된 것이다. 체육계에서 나름 의욕을 갖고 제대로 일을 하려고 했던 만큼 아쉬움도 있었지만 기재부 시절 관련 일을 했던 만큼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였다. 금융통화위원으로 임명된 지 7개월만인 지난 11월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옮겨가게 될 줄은 그 스스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통령을 보좌해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여러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은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게 살았다고 했다. 충북 단양군 죽령 자락 화전민 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산에서 놀고 계곡에서 고기 잡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 고향을 떠나 대전에서 공부하며 대전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바쁘고 힘든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육체적 삶의 터이자 정신적 고향인 죽령을 늘 잊지 않았다고 했다. 객지에서 힘들 때 고향을 찾으면 새로운 활력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시절 만났던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행정 직원, 원로 체육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에서 이례적으로 차관급인 대통령실 경세수석으로 옮겨간 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잘 사는 경제 관련 정책을 잘 구현하고 성공적으로 중책을 마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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