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국회 나섰지만 尹정부 수수방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출처: 연합뉴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하기로 한 내용이 골자인 대륙붕 7광구 협정의 종료 시한이 불과 4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대비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지만, 반면 윤석열 정부는 미온적이고 거리를 두는 모습이라 주목된다.

과거사 문제 등을 대하는 그간의 행태를 볼 때 7광구 개발 문제도 친일 편향적인 논리를 개발해 내는 게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日정부, 대응 움직임 본격화하나

1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무소속 오가타 린타로 의원의 협정 기한 만료에 대한 질문에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도 했다. 협정 종료를 앞두고 관련 문제가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건 협정 발효 후 처음이다.

만일 2028년 협정이 종료가 될 경우 일본 정부가 주장한 대로 중간선을 기초로 7광구의 영유권을 따지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해역인 7광구의 대부분은 일본 쪽으로 넘어가게 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비단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한일 간 7광구를 둘러싼 분쟁이 격화될 공산이 크다.

지난 1974년 협정 체결 당시와는 달리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이 만들어지면서 대륙붕 대신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등장했고, 그 뒤 국제 판례도 중간선을 기본으로 경계를 정하는 추세인 만큼 협정 기한이 종료되면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일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등 일본 정부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간 공동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다. 일본은 1987년 8년간의 탐사권 기간 종료로 개발을 중단한 데 이어 1993년 조광권 포기로 탐사를 중단했다. 2000년대 들어 양국은 3D 탄성파 탐사도 진행했으나 경제성 평가가 엇갈리면서 결국 탐사를 접었다. 당시 일본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협력하지 않아 2010년부터 공동 탐사는 중단됐다. 현재까지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내년 협정 종료 일방 통보 가능성

제7광구는 한동안 잊혀진 말이었지만 한때 산유국 대한민국의 꿈을 상징하는 용어였다. 제주 남쪽 200㎞에 있는 바닷속 대륙붕이 7광구인데,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70억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곳이다.

한일 양국은 소유권을 놓고 다투기도 했지만 1974년 공동개발 협정을 맺고 4년 후인 1978년 6월에는 공식적으로 협정이 발효된다. 한일이 영유권 문제를 잠정 보류하고 50년간의 기간을 설정해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은 것이다.

대륙붕 7광구에 대한 한일 공동개발 협정 종료 시점은 오는 2028년 6월 22일이다. 4년밖에 남지 않았다. 협정에 따라 종료 시점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는 한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통보할 수도 있다. 다만 한일이 연장에 합의할 수도 있는데, 통보 시한은 2025년 9월까지다.

지난해 국회가 결의안을 통해 일본 정부의 조속한 협정 이행을 촉구하고 한 시민단체가 급기야 민사소송을 제기한 건 이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중국 당국이 이미 7광구 인근에서 석유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며 협력하지 않는 건 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소송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가 일본 정부에 여러 차례 사법공조 의사를 전달했지만 답변서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시간을 끌다가 협정을 종료시키기 위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협정이 종료되면 경계 획정 명분으로 중국이 끼어들 수 있고 한중일 간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인 데다 우리 국익이 걸리는 일임에도 국회 등과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달리 윤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는 등 안일한 문제 인식이라는 평가다. 또한 한일 정상은 지난해 3월 굴욕적 외교를 기초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이후 7차례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7광구 개발 문제는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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