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신학생 등 긴급좌담회
"성소수자 차별, 교단 퇴행"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로부터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한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6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본부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로부터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한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6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본부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이동환 목사를 파문한 가운데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 목사 출교 판결에 기감 내 일부 신학생과 목회자 등은 "감리교회 가치를 저버렸다"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판결"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규모 항의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 감리교의 출교 판결로 교계 내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감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재판위)는 지난 8일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동성애 찬성 및 동조)' 위반으로 이 목사에게 출교 결정을 내렸다. 출교는 목사 신분을 박탈하는 면직과 달리 교적에서 삭제하고 교회 출석을 금하는 가장 무거운 형벌로 꼽힌다.

감리교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40여명은 11일 긴급 좌담회를 열고 경기연회 재판에서 이 목사에 대한 출교 판결을 결정한 감리교를 비판하며 향후 대규모 기도회 개최 등 조직적인 교단 규탄 운동에 나설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이 목사 출교 판결이 감리회 신앙 전통을 훼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 변호인 황인근 목사는 "감리회 신앙 고백은 '우리 교회의 회원이 돼 우리와 단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교리적 시험을 강요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께 충성함과 그를 따르려고 결심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재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리교회의 기본 교리와 정신들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목회자는 "그리스도 사랑과 하나님 나라 복음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는 게 복음의 본질인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축복한 목회자에게 출교를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교회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감리교단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연회 한수현 목사는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부터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받는다"며 "반면 교회 내 교인 대다수는 60대 이상이고 젊은 사람은 적다. 도대체 감리교회는 앞으로 어떻게 선교하고 교회를 유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단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성소수자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연대하는 목회자 한명쯤은 교단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빠른 시일 내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 앞에서 감리회 목회자·신학생·교인 대규모 규탄 기도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감리교회바로세우기연대(감바연)와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감거협),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웨성본) 등은 성명을 내고 "동성애는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는 인간 본성의 결과"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감리회 안에서 진리를 훼손하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거나 구원받아야 할 영혼들을 미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소수자 환대 등 동성애를 지지하는 행위가 하나님 말씀에 반하는 반성경적 행위라며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거나 함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오·차별 집단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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