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북한에서 어머니란 존재는 어떠할까?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1960년대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북한 어머니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생과 헌신, 투지와 도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북한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차마 듣기 어렵다.

1960년대 한국의 어머니들은 비록 고생을 한몸으로 막으며 현상 유지에 헌신했을지언정 사회변혁의 주체가 될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다. 오늘의 북한 어머니들은 장마당에서, 농촌에서 온갖 고생을 한몸으로 막아나서지만 북한의 독재정치에 항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얼마 전인 지난 3일 개막된 제5차 어머니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라의 역군들을 키우고 주체 위업의 대를 굳건히 잇는 뿌리가 돼준 강인하고 사려 깊은 존재”라며 ‘어머니’의 역할을 또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가정이 튼튼해야 사회주의 대가정이 더욱 부흥하게 된다”고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를 계기로 사회의 청신함과 아름다운 미래를 가꾸어가는 이 나라 어머니들의 고결한 삶이 대바르게 자라나는 모든 자녀들의 크나큰 자랑과 영예로, 우리 당과 국가의 무진한 힘으로 더욱 빛나게 됐다”고 말했다.

11년 만이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어머니대회에 김 위원장은 12월 3~4일 연일 행사장에 참석해 개회사와 연설을 하며 어머니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3일에는 “어머니들이 조국의 미래를 가꾸는 자양분이 됐으며 덕과 정으로 단합되고 전진하는 우리의 사회주의 대가정을 꿋꿋이 지켜내는 원동력”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이 많다”며 어머니들의 역할 강화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사람이 누구나 어렵고 힘들 때면 자기를 낳아 먹여주고 입혀주고 첫걸음마를 떼어주며 키워준 어머니부터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당과 국가사업을 맡아 하면서 힘이 들 때마다 늘 어머니들을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모든 어머니가 바친 그 헌신과 희생, 어머니들이 지닌 그 정신과 힘은 비단 한 가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국의 미래를 가꾸는 자양분이 됐으며 덕과 정으로 단합되고 전진하는 우리의 사회주의 대가정을 꿋꿋이 지켜내는 원동력”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들 모두의 집안일”이라며 “우리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꿋꿋이 이어 나가는 것,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고 가정의 화목과 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것, 건전한 문화도덕생활 기풍을 확립하고 서로 돕고 이끄는 공산주의적 미덕과 미풍이 지배적 풍조로 되게 하는 것, 그리고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교양을 잘하는 것” 등을 문제로 꼽았다.

또 김 위원장은 이어 “당 중앙은 어머니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로 보나 우리 국가와 혁명 앞에 나서는 현실적 문제들로 보나 이번 대회가 당대회나 당 중앙 전원회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1961년 11월 제1차 어머니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2차, 2005년 3차, 2012년 4차 대회를 열었다. 이번 어머니대회는 11년 만에 진행됐다. 북한의 대회 개최는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강조를 통해 체제 안정을 꾀하고 출산도 독려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지난해 출산율은 1.9명으로 알려졌다. 남한보다는 높지만,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생률인 2.1명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2002년 고령화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2028년 고령사회, 2039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이 북한의 중요한 정책 현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가경제가 30%도 작동하지 않는 북한, 아마도 어머니들이 없었다면 북한은 붕괴됐을 것이다. 우리 한국의 1960년대 초반, 아직 근대화가 이뤄지지 못한 그 어려운 시절 우리 어머니들이 맡아 나섰던 그 고통의 멍에를 오늘 북한 어머니들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과 미래가 없는 북한에서 어머니들의 고통 분담으로 저 잘못된 체제가 더 버티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머니들이 분노하면 여성 모두의 폭발로 진화할 수 있다. 북한의 어머니들이 오늘은 노예 근성으로 고난의 진두에 서 있지만 어떤 뇌관이 터질 때 사회변혁의 혁명세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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