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드디어 북한 정권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군사정찰위성은 미국과 러시아 등 선진 국가들이 보유한 ‘군사강국의 눈’이다. 이 지구상에 백성들이 죽도 배불리 못 먹는 북한 같은 나라가 군사정찰위성을 가진 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왜 북한은 그토록 군사정찰위성에 집착하고 있을까? 북한의 공식 미디어가 그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4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정찰위성 운용준비상태를 점검하고 24일에 촬영한 항공우주사진들을 봤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으로 한반도 일대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25일 밝혔는바,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정찰위성의 운용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촬영된 항공우주사진들을 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한 다음날 관제소를 찾은 데 이어 이틀 만에 또 방문한 것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24일 오전 10시 15분부터 10시 27분 사이에 정찰위성이 조선반도를 통과하며 적측 지역의 목포, 군산, 평택, 오산, 서울 등 중요 표적지역들과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을 촬영한 사진 자료들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하셨다”고 밝혔다. 목포에는 남방 해역을 방어하는 해군 제3함대, 군산에는 한국 공군 및 주한 미 공군 기지, 평택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 육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오산에는 공군작전사령부 및 미군기지 등이 있다.

통신은 이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김 위원장에게 정찰위성의 궤도 진입 후 62시간 동안 진행한 세밀 조종 내용과 위성의 현재 임무 수행 상태, 그리고 25일 오전 적측 지역에 대한 촬영 계획과 정찰위성의 추가 세밀 조종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방문에는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동행했다. 위성의 사진 촬영 및 사진의 지상 전송 작업은 궤도에 들어간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인데, 만리경 1호가 위성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남측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촬영 사진들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한 건 정찰위성을 발사한 이튿날인 지난 22일에 이어 이틀 만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첫 방문 당시에는 괌 미군기지를 촬영한 사진을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경축하여 지난 23일 목란관에서 북한 정부의 명의로 마련한 연회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혹자는 우리가 발사하는 누리호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에 대해 그 차이를 궁금해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또 다른 군사위성을 발사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점’이 규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북한은 2006년 첫 번째 핵실험 이후 여러 차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강행했다. 핵확산을 우려하는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2006년 10월 14일 유엔안보리는 결의 1718호를 채택하는데, 여기엔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더 이상의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수행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또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중지하고 미사일 발사에 관한 기존의 유예 조치를 재이행할 것을 결정한다”고 결의했다. 이후 유엔 안보리는 여러 차례 관련 결의를 내놨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되풀이됐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은 안보리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고 북한 주민들의 고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이 무기거래로 얻는 소득을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이제 북한은 대한민국을 빤히 쳐다보는 정찰위성의 눈을 가지고 남한을 전술핵무기로 언제든 정밀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십기의 핵무기와 거기에 군사정찰위성까지 보유한 북한 더 이상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닌 것 같다. 평양 정권이 기고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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